9월 11일 대둔산에 다녀왔다.  충남 쪽 수락계곡에서 정상에 오르고 태고사를 들러 낙조대에서 능선을 타고 수락 전원마을로 회기 하는 코스로 진행했다.

출발 전 경행을 마치고 수리를 익히며 수락 전원마을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채비를 하고 캠핑장 방향으로 되짚어 나가니 보이는 들판. 조금 걷다 보니 색색깔의 바람개비들이 어서 오라고 부른다. 왼편에 약수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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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km 너머쯤 아주 오래된 나무와 공판장, 화장실 등이 있는 버스 정류장이 있다. 종점이다. 방금 들어온 버스에서 노인 6분이 내려 공원으로 향하신다. 이제부터 대둔산 도립공원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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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주차장을 지나 안내지도 앞에서 오늘 걸어야 할 곳들을 살폈지만 시원치 않다. 하산길은 그냥 실선 하나 그어 있을 뿐 화랑 폭포 비선폭포는 안 보인다. 지나는 어르신께 "화랑 폭포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여기 나가는 대로 쭉 가면 폭포여"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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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충남 쪽 수락계곡)!

첫 주는 북능에서 남릉 종주 코스였다. 이번 주는 폭포를 따라 정상에 오르고 태고사를 거쳐 낙조대 능선을 따라 수락전원마을 쪽으로 환 종주하는 코스로 수정되었다.

화랑폭포와 비선폭포 찾기 선녀폭포와 수락폭포를 거치며 기나긴 계단을 오르다 정상인 마천대 이정표가 나타나는 지점에서 어라~하고 지도를 확대해서 보니, 이미 화랑폭포와 비선폭포 지점을 지나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며 물소리가 점점 멀어져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물소리가 큰 왼편 길로 접어들어 다시 내려가며 화랑 폭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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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이렇다. 지도를 따라가 보니, 고깔바위 근처에서 약 5~6m 앞으로 나아간 지점 왼편에 두 개의 인공(콘크리트) 기둥이 남아 있고 땅에는 몇 개의 계단 흔적이 남아 있을 뿐. 일단 포기 후 다시 비선폭포라도 찾아보기로. 수락폭포를 지나는 다리 아래 표지판을 발견하고 다가가서 확인해보니 낙석 구간이라서 계단 이외의 일부 구간을 통제한다는 안내였다. (월요일 대둔산 도립공원관리사무소에 연락해 물어보니, 낙석구간 통제하면서  선녀폭포와 수락폭포만 볼 수 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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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혹시나 하며 계단을 오르다 이번에는 오른편 물소리를 따라 군지구름다리를 건너 정상인 마천대에 오르는 코스를 따라 걸었지만, 걷다 보니 마천대에 도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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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대는 생각보다 공간이 좁다. 무엇을 개척했다는 말일까?

 

안내판 어디에도 칠성봉은 안 보인다.. 지도를 확대해보니 마천대에서 용문골삼거리를 지나며 있는 봉우리로 짐작되나, 낙조대 방향 이정표를 따라가다 어쩌다 낙조산장에 도착. 앞쪽 봉우리를 올려다보니 3명이 올라서 있는 봉우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이라고 사람이 있길래 찍었는데 사람은 안 보인다..

 

덕분에 산장 뒤편에 숨어 있는 논산 수락리 마애불을 만날 수 있었다.

낙조대산장 뒤편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

 

100m 정도(100m)와 태고사(1.2km)로 향하는 안내판 발견하고 태고사로. 너덜너덜한 돌계단을 내려가서도 다시 걸어 올라가야 석문이 나타난다. 아직 아니다. 100m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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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태고사에서 바로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있었으면 생각하다 온 길을 되짚어 낙조대로 올랐다. 그런데, 있었다.

 

다시 낙조대. 마천대처럼 공간이 좁다. 동서남북이 모두 훤하게 보인다. 그냥 여기서 낙조를 기다리면 좋겠다.

마침 세 분이 촬영 중이었는데, 한 분이 기념사진 찍어 주신다 했지만 그냥 낙조대만 찍었다.

혼자서 어디로 갈 거냐고 묻길래, 돛대봉 방향으로 간다 하니,, 우리 그쪽에서 왔는데, 가지말란다. 밧줄도 타야 하고 위험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며. 일행이 올라왔다는 방향을 보니 노란 리본이 하나 달려있다. 올라온 낙조대 방향 아니고는 달리 길도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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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리본을 따라 길을 살피니 가파르다. 아주. 그래도 온 길로 다시 갈 순 없다. 나를 걱정해서 하는 그들의 말이 어떤 편견에서 나온 말일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첫 번째 만난 암릉! 먼저 다녀간 이들의 글에서는 우회로가 있다 했다. 그래서 바로 왼편에 보이는 산죽길로 접어들었다. 키를 훨씬 넘는 산죽길이지만 헤치고 내려가니 길의 흔적은 뚜렷했다.. 그런데 돌아가는 길이면 어디쯤 옆으로 돌아야 할 텐데, 계속 아래로. 이런 아까 다녀온 태고사뒷산이다. 어쩌지. 이런. 바로 그 순간 바구니를 들고 올라오는 [스님, 구세주]발견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돛대봉 방향으로 가다 길을 잃고 내려왔어요. 아 그랬구나. 거기 바위 넘어가면 경치 끝내주는데, 못 보셨네. 거기 앞에 계단으로 올라가세요. 7분 올라가다 헬기장에서 왼편 정상으로 3분 올라가서 정상에서 오른편 능선 타고 쭈욱 가면 수락 전원마을 나올 거예요. 아 가다가 샛길이 있기는 한데 그냥 능선 따라 쭈욱 가시면 돼요. 살았다!!!!

계단을 따라 조금 오르자 사리탑(부도전)이 나타났다. [계. 정. 혜계.정. 나는 깨친 것이 없어 수미산 주인집에 머슴 살러 갈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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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구간 우회로를 걸으며 올려다본 봉우리

 

돌아와 검색해보니 "나는 깨친 것이 없어, 수미산 주인집에 머슴 살러 갈거여!" 라는 임종의 말씀을 남기고 지난 2011928일 오후 115분경 세수 90(법랍 75)로 홀연히 입적한 도천스님의 부도비와 부도탑 제막식이 14일 오전 충남 금산군 진산면 태고사에서 봉행됐다는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출처 : 세종의소리(http://www.sjsori.com)

 

! 이제 벌써 목적지에 도착한 기분으로.....

조금 올라가니 헬기장 나타나고 직진하는 길이 아닌 왼편 길을 따라 정상으로 오르고 여기서 그냥! 쭈욱 갔다. 먼저 다녀간 이들의 블로그에서 본 밧줄이 있는 암릉도 넘고 가다 좀 쉬며 이상하다! 산길샘 지도를 확인해보니 낙조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내가 스님께 일부러 확실히 려고 정상에서 왼쪽이요, 오른쪽이요 물었고, 스님은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쭈욱이라 하셨는데. 그새 잊었었다.

다행이다. 햇살이 아직 높고 밝다. 다시 바위를 넘고 우회로를 찾아가며 자주자주 지도를 확인했다. 암릉마다 우회로가 있고 리본이 달려 있다. 이대로만 쭈욱 가면 된다. 가끔 허락하는 암릉 구간에서 산 그림자 드리운 세상도 감상하고. 능선길은 걷기에 좋았다. 그러나 직전에 태고사에서 낙조대로 2.4km 돌계단을 오르내린 탓에 다리에 쥐가 나려고 폼을 잡고 기운도 약해졌다. 이럴 때 쉬어 가자. 오고 가는 이 없는 능선 길에서 기이피 오오래 내쉬며 팔단금을 3회씩 했다. 다시 걸을 수 있겠다. 목적지까지. 싶었다. 가는 길에 자연산 잣이 한 톨 떨어져 여러 개의 알갱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아직 초록인 으름 열매도 익어가고 있었다.

 

능선길에 떨어져 있던 잣이 순간 내게 말을 걸었다. "더 살아봐 , 오늘 처음으로 무심결에 나를 만난 것처럼 그럴 거야. 계속 가봐!" 사실 무실 결에 보았는데 눈이 번쩍 뜨이고 순간 설레었다.

 

 

이런 맛에 능선을 타지. 지도는 거의 목적지에 가까웠다. 근처에서 오토바이 소리 웅성대는 사람 소리도 들리기 시작한다. 딱 그즈음에 리본이 하나 보이고 길이 정확하지 않아 찾다 리본 바로 옆에 길 발견하고 계속 내려가니 세상에 에든버러 골프장이다.. 집에 와 정신 차리고 지도를 확대해 보니 바로 그 지점에 점선이 표시되어 있었다. 도산2도산 2리에서 뜻하지 않게 만난 귀인이 말해준 자주 이용하지 않는 등산로가 있었던 것이다. 그 지점에서 왼편으로 틀어서 내려가는 방향으로 수락 전원마을 제실 쪽 길이었을 실선이 있었다. 행자님 올린 지도처럼 꺾어내려갔어야 하는 걸 근처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홀려 순간적으로 안도하며 잊었다. 기억나지 않는 찰나!!

여기서부터 도산 2리2 마을로 내려오기까지 과정은 생략. 그래도 세상은 선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믿으며 무한한 감사를 날리며 수락 전원마을 주차장으로 회기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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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 구간에 대비하여 준비한 목장갑. 바위를 오르고 내리며 숲을 헤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9월 11일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고마운 이들과 함께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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