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예산의 용봉산과 덕숭산에 이어 이번엔 서산에 들렀습니다. 두 지역 모두 평탄한 지형이 대부분이지만 조금만 올라가면 높지 않은 산의 정상에 오를 수 있고 능선을 걷다 보면 마치 섬 트렉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합니다. 더불어 평야 지형 속의 야트막한 산만이 줄 수 있는 묘미가 뭔지 알게도 해 주고. 오늘 트렉 코스인 개심사에서 시작 가야산까지 가는 길은 거기에 더불어 한 겨울 차가운 날씨 속에 빼곡한 소나무숲길을 걷는 즐거움을 더 해 줍니다.

 

트렉일자: 2022년 1월 15일(토)

트렉코스: 서산 개심사 -> 일락산(521m) -> 석문봉(653m) -> 가야봉(678m) -> 남연군묘 -> 상가리주차장. 약 11km(5시간 걸림).

교통: 개심사까지는 자차. 하산후 원점까지는 버스와 택시

날씨: 오전 영하 2~3도에서 오후 4~5도. 오전은 구름낀 날씨나 가끔 해가 나는 날씨, 오후는 흐림. 바람은 거의 없음.  

 

대한민국 산자락에는 대개 절 하나쯤은 있어 산을 많이 다니면 산에 있는 사찰은 대개 한 번은 거쳐갑니다. 크고 작은 많은 절이 있지만 저에게 아름다운 절을 꼽으라면 큰 절중에서는 선암사, 작은 곳은 개심사 입니다. 앞으로 또다른 아름다운 절을 발견하게 되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렇습니다. 개심사는 갈 때마다 느끼지만 고풍스럽고 단아한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규모는 작지만 이곳 저곳 들락날락 하면서 보면 다양한 모습으로 아담한 절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봄이 돼 꽃이 만발하면 또 다른 모습이겠지만 아담한 개심사의 모습은 겨울에도 아름답습니다.

 

 

이번에 방하도전트렉으로 이 코스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아마 계속 몰랐을 겁니다. 개심사 뒷산이 소나무가 빼곡히 찬 솔숲이라는 것. 서울의 아차산이나 강릉의 아리바우길에서 보았던 아름드리 소나무는 별로 없지만 소나무가 정말 빼곡하고 다른 나무가 별로 안 보일정도로 거의 소나무로만 덮여 있는 산입니다.

 

겨울에 소나무숲을 걷다 보면 겨울에 보기 힘든 푸른잎이 주는 생명력도 느끼지만 나무의 굴곡이 주는 강인함과 역동성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개심사 뒷산에서 시작한 이 소나무숲은 일락산까지 쭉 이어집니다. 길은 산길이지만 대체로 평탄합니다. 걷는 내내 앞쪽 혹은 왼쪽으로 가야산의 옥양봉을 마주하게 되고, 오른쪽은 서산의 평야지대입니다. 늦은 오전엔 날씨가 좋은 편이라 가끔 푸르고 시원한 조망도 들어옵니다.

 

일락산을 지나면 숲도 달라지고 지형도 암릉으로 바뀝니다. 오늘 전체 코스에서 제일 높은 곳의 조망이면서 날씩 덕에 제법 시야가 열린 곳은 이곳 석문봉 주변입니다.

석문봉으로 오르는 길

 

석문봉은 가야산의 제 1봉인 가야봉보다는 낮지만 주변부 조망이나 통신시설이 조망를 헤치는 가야봉과 달리 방해받는 것이 없어 실제 주봉으로 보입니다.

 

이곳 가야산. 높이는 다르지만 경남 함양의 가야산과 지형이 주는 느낌이 비슷합니다. 

 

하산후 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원군의 묘와 그 뒤로 옥양봉을 같이 담았습니다. 남원군묘는 발굴작업이 진행 중이라 주변이 좀 어수선합니다.

 

서산 둘레길인 아라메길. 바다를 뜻하는 '아라'와 산을 뜻하는 '메'를 붙여 지은 이름인데 바다와 산이 만나는 서산의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그렇게 지었다고 합니다. 제주의 올레길은 워낙 제주의 지형이 한 몫하는 곳이라 다른 지방의 둘레길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고 산을 에두르거나 관통하거나 이든 저든 산길로 만든 둘레길중에서는 오늘 걸은 개심사에서 일락산까지의 구간은 매력이 있는 길입니다. 아름다운 절인 개심사에서 시작할 수 있고 야트막한 산의 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길이라 오르는데 그리고 걷는데 별로 힘이 들지 않으며, 걷는 내내 소나무숲이 함께 합니다. 수도권에서도 1시간 30분만에 닿을 수 있어 접근성도 좋습니다.

 

오늘 구간에서 가야산의 여러 봉우리보다는 이 아라메길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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