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치악산을 금대리에서 남대봉으로 올라 향로봉 비로봉을 거쳐 구룡사로 내려가는 종주 트렉입니다. 치악산을 몇 번 타 봐서 산세는 눈에 익지만 종주는 처음입니다. 등산앱마다 측정거리가 좀 다르지만 20km를 조금 넘는 거리를 걸어야 합니다.

 

트렉일자: 2022년 1월 22일(토)

트렉코스: 금대리 치악산국립공원탐방센터 -> 남대봉 -> 향로봉 -> 비로봉(사다리병창 구간으로 하산) -> 구룡사

교통: 자차. 종료후 구룡사에서 원주시내로 시내버스로 이동한 후, 택시로 금대리(금대에코힐링캠핑장)로 이동, 차를 회수. 버스 택시 모두 약 30~40분의 이동 시간. 구룡사에서 택시를 불러 금대리로 갈 수 있으나 택시비 6~7만원을 감수해야 함.

날씨: 출발(아침 8시)할때 기온은 영하 5~6도, 오전 능선에선 영하 1~2도, 오후는 3~4도. 종주 내내 구름이 잔뜩 낀 찌푸린 날씨.   

 

1천미터가 넘는 봉우리로 이어진 종주 코스의 산행은 대개 능선을 타기 전과 능선의 끝점인 최고봉으로 오르는 구간, 그리고 하산 구간이 힘듭니다. 남대리에서 구룡사로 향하는 치악산 종주코스도 비슷한데, 다른 큰 산(주로 국립공원)의 종주와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초반 남대리에서 남대봉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이 왠지 길게 느껴진다는 것. 공원 입구부터 2시간여 걸어야 하는 오르막 구간인데 생각보다 길고 힘듭니다. 일단, 남대봉으로 올라 능선을 타면 전반적으로 능선위 봉우리들간의 고도차가 그리 크지 않아 다른 큰 산 종주에 비해 수월한 편입니다. 여기에는 남대봉부터 중간 지점인 향로봉까지 완만하게 고도가 떨어지는 점도 한 몫 합니다.

 

 

금대리 계곡 초입의 날씨는 잠시 오늘 날씨에 기대를 갖게 합니다. 완전히 맑은 날씨보다 구름으로 변화가 있는 날씨가 긴 산행의 힘을 덜어주죠. 

 

그런데 계곡길로 깊어 들어갈수록 날씨는 완전히 흐린 날씨로 변해 버립니다. 원래 물이 많지 않은 계곡인지 얼음장 밑 물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고 아이젠이 눈을 밟는 단조로운 소리만 따라옵니다. 

다소 지루한 남대리 계곡길이 이제 아래로 내려다 보입니다.

 

오늘은 겨울날씨 답지 않게 기온도 높은 편이어서 계곡길 내내 가지 위 상고대는 커녕 눈이 앉은 모습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길다 싶은 금대리 계곡길을 힘들게 올라와 다다른 남대봉 정상입니다. 하늘이 완전 잿빛입니다. 

잿빛 하늘 아래 남대봉 정상 주변

 

남대봉을 지나 얼마 못가서 가야 할 종주 능선과 봉우리들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아래 왼쪽 사진이 그 전망대에서 바라 본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이 종주 능선의 끝지점인 비로봉에서 걸어온 길을 바라본 것입니다. 종주 능선은 남대봉에서 비로봉까지 남쪽에서 북쪽으로 활처럼 크게 휘어 돌아 갑니다.

가야할 길과 지나온 길

오늘 코스의 중간 지점격인 향로봉. 이제 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원주시내가 한 눈에 정말 가까이 보이죠? 눈에도 그렇게 보이고 귀로도 느낄 수 있습니다.  남대봉에서 이곳 향로봉까지 능선 구간은 산이 꽤 높은 편인데도 고속도로와 도시의 소음이 걷는 내내 쭉 따라옵니다. 겨울이라 나뭇잎이 모두 떨어져 전혀 흡음이 안돼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다행히 향로봉에서 비로봉까지 가는 길은 원주 시내에서 점점 멀어져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종주능선의 중간지점인 향로봉

많이 왔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로봉 위의 돌탑들이 보이는데 비로봉까지 약 1km 남짓 남은 지점입니다. 발걸음도 많이 느려지고 오늘 전체 코스에서 제일 힘든 시간입니다. 

 

비로봉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왕실에서 쓸 소나무이니 베지 말지어다'라는 뜻의 황장금표가 서 있는데, 주변에 소나무는 보이지 않습니다. 18세기에 세웠다고 하니 그 새 생태환경이 변해버렸을까요? 

 

드디어 비로봉입니다.

 

이렇게 하산 직전의 종주능선 끝지점이 전체 코스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으면 몸이 능선에 묻혀 있을 땐 보이지 않던 선과 모양과 산의 규모가 한 눈에 시원스레 들어오는 맛이 있습니다. 무사히 여기까지 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걸어온 길과 그 시간에 대한 기억들이 물밀듯이 올라오옵니다. 한 동안 서 있게 되죠. 

 

비로봉에서 감상에 젖다가 시계를 보니 오후 3시입니다. 하산해야 합니다. 남대봉까지 계곡길로 올라왔으니 계곡이 아닌 다른 하산길, 사다리병창길로 구룡사까지 가렵니다. 비로봉 정상에서 이 길로 10여미터 정도 내려오면 마주치는 자작나무입니다. 막 어지럽게 자란 것 같은데도 아름답습니다.

자작나무가 어찌 이렇게 자랐을까요?

하산길에 만난 커다란 소나무가 한 눈에 모두 안 들어와 여러 장으로 찍어 모아 봤습니다. 구룡사로 향하는 하산길 중 하나인 사다리병창길엔 소나무가 많이 보입니다.

 

사다리병창길은 벼랑을 뜻하는 병창이라는 말이 괜히 들어간 것이 아닙니다. 정말 가파른 경사길인데다 돌 투성이입니다.

무사히 구룡사까지 내려왔습니다.

얼어붙은 구룡사 계곡과 경내 은행나무(보호수)

 

2010년에 그 당시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 소장의 인터뷰를 보면, '치악산은 수도권에서 가까운 편인데도 불구하고 국립공원중에서 탐방객이 적은 편입니다. 치악산만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정체성을 뽑아낸다면 공원의 역량을 집중하기가 더 수월해질 겁니다.' 라는 말이 나옵니다. 비슷한 맥락인데, 오늘 종주를 포함 치악산을 다녀올 때마다 '이 산은 뭐다'하는 한마디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른 코스를 더 다녀 보고 같은 코스를 계절과 시간을 달리 해 더 다녀봐야 잡힐 것 같은데, 다닐 곳은 많고. 

 

그렇지만 한가지. 지리산 면적의 반 정도 되는 너른 지형에 1천미터가 넘는 고봉들이 이어진 능선을 걷고 싶은 분들한테, 치악산은 수도권 기준으로 최고의 접근성을 갖고 있는 국립공원입니다.

 

참고로 국립공원은 아래의 요건을 충족해야 지정이 된답니다(출처: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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