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여수 금오도 비렁길에서도 그랬습니다. 아침에 고요한 섬에서 문득 마주치는 풍경 하나. '아, 그래 이게 내 마음 속의 섬 풍경이지' 라는 혼잣말을 하게 끔 하는. 집에서 뱃길 포함 100여km밖에 안떨어진 곳의 섬, 장봉도에서도 이른 아침 그런 풍경이 들어옵니다. 혹시 섬 여행에 대해 비슷한 기대를 하시는 분이라면 장봉도 포함, 인천 옹진군의 섬들은 접근성 좋은 괜찮은 섬 여행지일 겁니다. 특히, 아침 첫배로 섬에 들어갈 수 있다면 이른 아침 섬만이 줄 수 있는 고요한 풍경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 트렉일자: 2022년 4월 2일(토)
  • 트렉장소와 코스: 장봉도(인천 옹진군 북도면 장봉리). 장봉선착장 -> 축동버스정류장(선착장앞 버스로 이동) -> 버스정류장옆 등산로 입구 -> 가막머리전망대 -> 봉화대(오던 길을 해변길 혹은 능선길로 되걸어감) -> 국사봉 -> 말문고개 -> 옹암해변 -> 장봉선착장. 아래 지형도 참조. 
  • 교통: 인천 삼목항까지 자차(주차는 무료). 삼목항에서 장봉선착장까지 50분 정도의 뱃길(중간에 신도를 거침). 배 예약은 필요도 없고 예약도 안됨.
  • 날씨: 바람 거의 없는 맑은 날씨에 기온은 오전 오후 영상 10도 전후를 3~4도 오가는 날씨

 

장봉 선착장에서 내리면 배 시간에 맞춰 버스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 버스를 타고(약 20분) 종점인 장봉 4리까지 가면(정류장: 축동정류장), 정류장 바로 옆에 등산로 입구가 보입니다. 입구에서 약 3km를 걸어가면 이 섬의 서쪽 끝지점인 가막머리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전망대에서 다시 유턴, 오던 길을 되돌아(봉화대까지) 처음에 버스를 탔던 장봉선착장까지 능선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가막머리에서 봉화대까지는 해변에 좀 가까운 해안둘레길이나 산 능선길 중 하나를 선택해 갈 수 있습니다. 섬이 길고(길이 약 10km) 좁아서(너비 약 2km) 산 능선을 걷다가 해변을 걷고 싶으면 적당한 출구를 찾아 내려오면 되고 역시 다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능선으로 오를 수 있습니다. 어떻게 걷느냐에 따라 코스 길이는 대략 13~15km 정도. 산도 최고봉인 국사봉이 150m 정도밖에 안돼 한 5~6시간 긴 산책을 하는 기분입니다.  

장봉도 지형도(출처: 구글어스(Google Earth))

 

장봉도는 섬에서 인천공항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공항과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사는 분들한테는 비행기 소음이 문제될 수 있겠지만 잠깐 왔다 가는 여행객들한테는 여행이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코로나 전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아직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그리 많지는 않아 보입니다. 잠깐 머무는 곳이지만 고립감이 느껴지는 섬에서 어디론가 떠나고 있는 비행기를 보는 건 육지에서 느끼는 것과 좀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이 코스는 처음부터 버스를 타고 이동하지 않고 기점을 바로 장봉도 선착장으로 잡을 수도 있습니다. 선착장에서 내려 오른쪽으로 한 200m 걸어가면 '등산로 입구'가 표시된 작은 표지판을 만나고 여기서 눈을 들면 바로 등산로 입구가 보입니다. 걸어서 왕복할 것이 아니라면 섬 끝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선착장으로 와야 하는데, 아무래도 배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출발하는 곳에서 버스를 타는 것이 마음이 편안합니다. 왕복은? 비추입니다. 끝부분 빼고 오가는 길이 거의 대체로 비슷합니다.

 

장봉도에 배가 들어가는 곳인 장봉도 선착장부터 이 섬의 제일 높은 국사봉에 오르는 길까지 강화도 마니산이 눈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마니산의 암릉은 타는 맛도 있고 보는 맛도 있는 멋진 길인데, 이렇게 멀리서 봐도 눈을 잡아 끄는 힘이 있습니다. 제가 다닌 섬 여행에서 주변의 섬들이 이 정도로 흡인력 있는 모습을 보여 준 섬이 있었나 싶습니다. '마니산의 힘'입니다.

이렇게 강화도 마니산을 눈에 가득 넣어주는 곳은 작은 멀곳이라는 정말 작은 암초입니다. 해안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훌륭한 조망터이면서 나름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주변 바위 지형 또한 가까이서 보면 강렬합니다. 장봉도 여행을 마치고 배시간이 남아 구경하는 정도로 그칠게 아니라 꼭 들러야 하는 장소로 강추합니다.

 

후기를 쓰면서 복기해 보니 오늘 코스에서 이 섬의 아름다움은 여기 장봉도 선착장 주변과 가막머리로 가는 길을 꼽고 싶습니다. 각각 오늘 코스의 날머리와 들머리입니다. 이 코스는 가막머리를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구간이 있는데, 길이 능선길과 해안에 가까이 붙은 길 두가지로 나 있어 오며 가며 다른 길을 걷는 맛과 풍광을 즐길 수 있습니다. 섬 여행하면 떠올리는 풍광이 담겨 있습니다.

 

당일치기가 아닌 1박을 할 여유가 있었다면 낙조도 즐길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육지 산행에선 해 떨어지는 게 두려운데, 섬 산행에서는 여유만 있다면 낙조가 기다려집니다. 바다의 낙조, 그것도 물이 멀지 않은 곳에서 보는 낙조는 섬 여행이 주는 특별함입니다. 다음 기회로.

 

※ 방하도전트렉 후기에 왜 트렉이라는 말을 쓰고, 굳이 산행이나 등산과 구별해서 쓰는지 알고 싶으시면 이 링크를 클릭해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트렉에 대한 소개와 트렉중 차고 다니는 매스밴드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방하도전트렉은 방하에서 운영하는 이 트렉이라는 프로그램의 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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