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트렉에 원래 주어진 코스는 이화령에서 출발 조령산 정상, 깃대봉을 거쳐, 조령 제 3관문을 지나, 마패봉, 그리고 하늘재로 가는 길에서 중간에 꺽어 주흘산 정상을 거쳐 문경새재로 하산하는 길입니다. 그런데, 아래 다시 기술하겠지만 주흘산으로 틀어야 하는 지점을 놓치고 아뿔싸! 하는 지점에선 이미 되돌아가기가 너무 늦어버려 하는 수 없이 하늘재까지 가서 트렉을 마친 기록입니다.
- 트렉일자: 2022년 6월 4일(토)
- 트렉코스: 이화령 -> 조령산 정상 -> 신선암봉 -> 문경새재 제2관문 갈림길(문경새재 제3관문 방향) -> 깃대봉-> 문경새재 제3관문 이정표로 유턴(깃대봉에서) -> 문경새재 제3관문 -> 마패봉(하늘재 방향) -> 부봉 삼거리(주흘산 영봉 방향) -> 주흘산 영봉 갈림길(반드시 아래 관련 표지판 사진 참조) -> 평천재 -> 탄항산 -> 하늘재(약 21km). 10시간30분 걸림.
- 교통: 자차. 하늘재에서 택시로 이화령으로 이동해서 차 회수(택시비 35,000원)
- 날씨: 오전부터 오후 2시 전후까지는 구름 조금 낀 맑은 날씨. 그 이후는 서서히 먹구름이 짙어지는 날씨. 기온은 21~28도, 풍속은 초속 3~4m입니다.
현충일 연휴를 감안 조금 일찍(새벽 5시 30분) 나섰음에도 호법 나들목 등 평소 막히는 곳에서 모두 막히는 바람에 늦어도 7시 30분에는 시작하겠지 했던 것이 실제는 8시가 넘어서야 시작합니다. 이화령은 등산객보다는 자전거족들한테 더 많이 알려져 있는 곳으로 보입니다. 자전거 차림의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등산객은 저 포함 두어 명 뿐입니다.
이번 후기에서는 이정표 얘기를 자주 하게 되는데, 일단 시작부터 이 고개에서 산으로 향하는 들머리(위 오른쪽 사진 터널의 좌측 방향)가 분명히 보이긴 하는데 이정표가 아닌 관광안내 표지판입니다.
들머리부터 쭉 좀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되고 오르막길이 끝나면 멀리 조령산 정상이 보입니다. 이정표는 약 1km를 걸어야 그제서야 나타납니다.
기점에서 1시간 30분쯤 걸어 왔나요? 벌써 조령산 정상입니다. 오늘 주어진 코스에 들어 있는 이 조령산과 주흘산의 차이중 하나는 조령산은 백두대간에 포함돼 있는데 주흘산은 살짝 벗어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아래 조령산 표지석에만 백두대간이 표기돼 있습니다.
괴산, 문경 부근 산들은 우리나라 여타 산악지형과는 구별되는 점이 있습니다. 우선, 산에서 만나는 바위의 규모가 엄청납니다. 가끔 산 전체가 하나의 바위덩어리로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선만 굵은 것이 아니라 면도 정말 널찍합니다. 가까이서 보나 멀리서 보나 시원시원하죠. 비슷하게 바위가 많은 운악산이나 설악산은 연필로 그린 세밀화처럼 보인다면, 이곳 바위 지형은 붓으로 그린 느낌을 줍니다.
아래 사진은 조령산 정상에서 몇 분 걸어 내려오면 맞닥뜨리는 전망대(자연스레 만들어진)에서 들어오는 전경입니다. 첫번째로 시야에 들어오는 전경인데다 그 자체가 빼어나 오늘 이 코스의 가장 인상적인 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전망터에서 시작, 신선암봉을 지나고 깃대봉 방향으로 계속 이어지는 암릉을 통과하기까지의 구간이 오늘 코스중 시간을 제일 많이 잡아 먹습니다. 바위 지형이 만들어내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자꾸 발목을 잡고, 군데군데 진짜 4지의 힘을 모두 써야 클리어할 수 있는 장애물들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밧줄이 있어도 손과 발을 함께 써야 하는 곳들이라 비오는 날이나 기타 젖은 날은 안 타는 것이 좋겠습니다. 낙상을 당할 수 있습니다.
오늘 코스 전체에서 이정표에 두 번 물을 먹었습니다. 이 도립공원 이정표 체계 자체가 전반적으로 허술한데다 중요한 갈림길에 있는 이정표들이 넘어져 있거나 세월에 지워져 버려 방향타의 구실을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애초 잘 못 만든 데다가 관리도 부실합니다.
아래는 그 첫번째. 신선암봉을 거쳐 깃대봉으로 향하는 길의 암릉을 통과하면 아래 사진 속의 이정표가 나옵니다. 보시는 것처럼 깃대봉이라는 말 자체가 없습니다. 앱내 지도를 보는 눈이 좀 더 있었으면, 혹은 종이 지도가 있었으면 여기서 제대로 된 방향으로 깃대봉으로 향했을텐데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바람에 계획에 없던 시간과 체력 소모가 있었습니다. 아니다 싶어 다시 올라와 이 이정표로 되돌아와 보니 저하고 똑같이 머뭇거리고 있는 사람이 있더군요. 문경새재 제 3관문 방향이 깃대봉쪽입니다.
드디어 깃대봉. 얼마 전에 방태산에서 트렉을 할 때 정상인 주억봉으로 오르는 길이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오늘은 이 깃대봉까지 4.5km의 길이 그렇습니다. 막상 도착해 보면 야산의 꼭대기같은 모습인데, 오는 길이 힘든 암릉구간 포함해서 만만치 않습니다.
깃대봉을 오르고 나면 유턴해서 문경새재 제 3관문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는 지점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제 3관문은 거기서 바로 약 20분간 내려오면 만나게 되고, 제 3관문에서 다시 힘든 오르막길을 4~50분 오르면 마패봉에 이릅니다. 여기서 부봉 3거리까지 가야 하는데, 하늘재 방향으로 쭉 직진하면 됩니다. 전반적으로 평탄한 능선과 내리막인 흙길이 부봉 3거리까지 이어집니다. 신선암봉에서 깃대봉 갈림길까지 사람을 거의 못보았는데, 이 구간은 아예 사람이 없습니다.
부봉 3거리. 부봉과 영봉 방향이 서로 다르긴 한데 이정표가 쓰러지고 기울어 있어 방향에 확신을 못 줍니다. 다행히 부봉에서 내려오는 등산객들한테 최소한 방향은 확인하고 영봉 뱡향, 아니 여전히 하늘재 방향으로 직진합니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됩니다.
아래 사진이 오늘 저에게 두번째로 물을 먹인 이정표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이 이정표는 지나온 길과 하늘재로 가는 2가지 길만 가리키고 있습니다. 부봉 삼거리에서 확인했던 영봉까지의 거리를 얼마 안 남긴 것 같은데 어찌된 일인지 영봉이나 주흘산이 표지판에 안 보입니다. 앱 지도도 보고 이정표에는 없지만 감으로 영봉을 향하는 방향으로 좀 걸어 봐도 길이 맞나 싶어 헷갈립니다. 오늘 이 코스의 특징중 하나는 이정표와 달리 길만은 분명히 보이고 다져져 있었기 때문에 영봉으로 향하는 길이 이정표와 달리 쉽게 보일 줄 알았는데 기대와 달리 잘 안보입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지점에서 영봉으로 가는 길이 보이겠지 하는 기대를 하면서 하늘재 방향으로 더 직진합니다.
하늘재 방향으로 한동안 걷다가 평천재까지 이르러 '이거, 잘 못 왔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아무래도 지나친 이정표가 자꾸 아른거립니다. 찾지는 못했지만 거기서 틀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그런데 이미 시간이 너무 흘러 버려 여기서 다시 유턴하면 야간 산행이 됩니다. 야산이면 해보겠는데, 주흘산은 천미터가 넘는 큰 산인데다 이 방향으로 타 본 적도 없어 좀 망설이다가 하늘재로 직진하기로 합니다. 이 코스에 대한 대부분의 산행 후기를 보면 그 갈림길에서 특별히 주의를 당부하는 말이 보이질 않습니다. 근데 왜 표지판이 그렇게 돼 있을까요? 산불방지기간이나 동절기에 영봉~주봉 구간이 가끔 통제되는 것 같기는 한데, 이맘때는 그런 때도 아닌데.
하늘재로 가는 길에서 수풀 사이로 보이는 주흘산 영봉과 주봉입니다. 아쉽지만 다음에.
하늘재에 내려오니 하루 해가 지고 있습니다. 하늘재는 신라때 만들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갯길이라고 합니다. 문경 관음리와 수안보 미륵리를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택시를 부르려면 하늘재로 내려와 2.5km를 더 걸어야 합니다.
진짜 종일 걸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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