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렉일시: 2022.3.12. 9:00~18:00
*트렉코스: 제주 서부 대표6오름-둘레길형 (바리메오름주차장-검은들먹오름-한대오름-노로오름-안천이오름-족은바리메오름-바리메오름-바리메오름주차장)
*길이 및 난이도: 약 16km, 난이도 중
*날씨: 약간 흐리고 종일 바람. 19~23도.
'봄에는 제주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전트렉 진행지 중에 제주 코스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진행지 목록을 받으니…있다! 2개나 있다! 제주 코스 중 하나는 둘레길형, 하나는 도전형. 겨우 두번째 가는 도전트렉에서 도전형 코스는 아직 힘들지않을까 하는 생각에 둘레길형을 골랐다. '서부 대표 6오름'으로 검색하니 네이버, 구글에도 후기가 없다! …완전 오지인가보다! 싶었는데 오름 이름으로 검색하니 후기가 많이 있었다. 휴…다만 램블러에 16km이상의 코스는 별로 없는걸보니 약간의 난관이 예상되었다...
제주 서부대표6오름 코스는 길이 정말 편하다. 넓은 임도, 공원 같은 오솔길, 푹신한 흙길이 많아서 표고차 500m를 힘들이지 않고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편한 것 좋아하면 안되지만 너무 너무 편하고 좋다.(약간의 난관은 있지만...)그리고 수종이 다양하고 이국적이어서 거대한 식물원 속을 걷는 것 같다. 삼나무숲 편백숲 굴거리나무숲 이름모를숲이 번갈아 나온다. 숲이 짙은 대신 제주 바다나 한라산 같은 경관은 오름 정상에서 잠깐씩만 볼 수 있다. 이번엔 날씨가 흐려서 그나마도 잘 안보였다.
제주는 역시 바람이 많다. 거의 온종일 바람소리와 함께 했는데… 일기예보에 오늘이 아니고 내일 비가 오는게 얼마나 좋은지! 제주 바람에 비까지오면 우산은 뒤집어지고 우비도 소용없을 것 같다. 한대오름에 가까워질 수록, 한라산에 가까워질수록 데이터가 터지지 않는다. 방향 감각이 둔한 내게는 미리 gpx를 다운받은 것이 아주 유용했다. 데이터 신호가 약한 곳에서는 폰 배터리가 빨리 닳으니 보조배터리도 아주 소중하다. 맵에 나오지 않는 샛길이 여럿 있는데 이정표가 거의 없어서 갈림길마다 gpx를 보며 따라갔다. 정상석도 없어서 카카오맵이나 산길샘을 보며 여기가 무슨 오름인지 해발 몇m인지 살펴봤다. 사람이 만든 구조물이 적다는 것이 원시림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큰 장점인 듯해서 앞으로도 이정표는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 오름은 작고 모양이 단순해서 깊은 계곡은 없기 때문에 길을 놓쳐도 별로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새벽에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다. 제주행은 거의 만석이다. 보안검색에서 늘 넣고다니던 작은 가위와 토치가 걸려서 잠시 당황했는데 다행히 가져가도 된다고 했다.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관광객이 정말 많다. 추울까싶어서 패딩도 가져왔는데 날씨가 따뜻해서 공항에 맡겨버렸다. 한라산 상단에는 아직 눈이 남아있는데 서귀포에는 유채꽃이 한창일 듯하다.



버스와 택시로 바리메주차장까지 갔다. 주차장에는 화장실도 있고 바리메 오름 표지석이 있다.(오늘 코스에서 유일한 표지석일 줄이야..) 바리메오름은 길 옆에 있고 후기도 많은 오름이어서 제일 마지막에 올라가기로 하고 검은들먹오름을 향해서 출발...











구간마다 바뀌는 수종을 보며 가다보면 길이 넓어졌다가 좁아졌다가 다시 넓어지기를 반복한다. 조릿대로 덮여서 길이 좁아진 구간도 있고...길이 넓은 곳에서 경행과 터치를 하고 계속 올라갔다. 검은들먹오름은 찾는 사람이 적어 좁아진 길로 금방 올라갔다가 내려올 수 있고, 정상석이 없어서 산길샘을 보며 어디쯤이 정상인지 짐작만 했다. 전망도 나무에 가려서 잘 안보인다.





한대오름 주변부터는 휴대폰의 데이터가 터지지 않는다. 숲은 좀 더 고지대의 숲 같은 느낌이다. 넓은 임도를 신나게 가고 있는데 산길샘을 보니 어느새 경로에서 꽤 벗어나있었다. 그 때 판단을 잘못했는데 gps가 순간적으로 튄 것 뿐이라 여기고 가던 길을 계속 갔다. 향기가 진한 편백 숲과 오솔길에 연신 감탄하며 신나게 나아갔는데...그 길이 아니었다! 가도가도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안나오고 둘러가기만 해서 앱이 맞았고 내가 틀렸음을 알게되었다. 샛길이 있었을텐데 못보고 지나친 듯하다. 이미 상당히 지나쳐버려서 되돌아가는게 내키지 않았고 이름 모를 나무의 숲이 정말 정갈하고 잡풀도 없이 너무 깨끗해서...아직 거미줄이 없는 때이고 올라가기 쉬워보여서 길없이 정상으로 바로 오르기로 했다. 초반에는 쉬웠지만 점점 키가 커지고(!) 점점 무성해지는(!) 조릿대 덤불을 헤치며 정상에 올랐다. 오늘 비가 안와서 너무 기쁘다...한대오름도 정상석이 없어서 어디쯤이겠지 짐작만 하고 내려왔다.








노로오름이 오늘 코스에서 제일 높은 곳이다. (1068m) 정상석은 없지만 삼각점이 있다. 오늘 코스에서 제일 멋진 장관을 정상에서 잠시 볼 수 있는데 엄청나게 거대한 한라산이 보인다. 다만 꼭대기는 계속 구름속에 있어서 아쉽게도 볼 수 없었지만...노로오름은 해발 1000m가 넘지만 수월하게 올라온 느낌이다. 편한 길과 매스밴드 덕분인듯..



안천이 오름도 오가는 사람이 적었던 것 같다. 높이도 아담해서 금방 올라갔다가 내려올 수 있다.



안천이 오름에서 다시 임도로 내려가다가 오른쪽 샛길로 가면 족은바리메이다. 정상 근처에 갈수록 키만한 조릿대가 나오더니...정상 바로 근처에서 길이 끊겼다. 가시나무도 많아서 정상을 밟는 건 포기하고 맵에 없는 길로 내려가다가 샛길이 나와서 가보니 산책로가 나왔다. 사람들이 종종 다니는 정비된 산책로인데 정상을 거치지 않는 족은바리메 둘레길이다. 이 길로 내려오면 바리메주차장이 나온다.





바리메오름은 주차장 옆이라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있는 듯 하다. 길이 정비되어 있고 이정표도 있고 원시림 느낌이 아무래도 덜하다. 경사가 급한 계단을 올라가면 정상에서 멀리까지 트인 풍경을 볼 수 있다. 분화구 주변을 한바퀴 돌 수 있는데 아쉽지만 시간상 바로 바리메 주차장으로 내려와서 팔단금으로 트렉을 마무리했다. 한대오름 주변에서 엉뚱한 길로 가면서 거리가 2km늘어나서 도상거리 18km가 되었다.



카카오택시를 호출하는데 짐작은 했지만 오려는 택시가 없었다. 바리메 주차장에서 버스정류장까지는 3.5km. 별수없이 큰 길까지 약 2km를 걸어서 택시와 버스를 이용하여 돌아왔다. 그래서 오늘은 총 20km넘게 걸은 셈이다. 오~대단하다…트렉과 나의 힘이란! 갑작스런 일들로 제주 트렉을 거의 취소할뻔 했는데, 어찌어찌 다행스럽게도 예정대로 트렉을 할 수 있었다. 어렵게 온 트렉이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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