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도전트렉은
전남 고흥 팔영산이다.

곡강마을에서 선녀봉까지는
천천히 숨고르며 가서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제1봉 유영봉~ 성주봉~ 생황봉~사자봉~ 오로봉~ 두류봉~ 칠성봉~제 8봉 적취봉까지는
부지런히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암벽타기 하듯 온몸을 다 사용했고
급경사 철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난간 손잡이를 꼭 잡고도 아찔했다.

능선에서는
중심을 못 잡으면
강풍에 밀려서 넘어질 수도 있었다.

한파로 인한 칼바람과
예사롭지 않은 지형으로
잠시도 방심할 수 없었다.

거친 숨을 고르며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저 멀리 보이는 바다의 시원함과
봉우리를 넘을 때마다 나타나는 표지석이 주는 반가움 덕분이었다.

적취봉에서
사방의 다도해 전경을 즐기고
마지막 깃대봉을 향해
다시 힘을 내어 걸었다.

팔영산 트렉은
사방으로 펼쳐진 바다를 보며 걷는 섬트렉 같으면서도
10개의 봉우리를 넘어가야 하는
험한 암릉 트렉이었다.

내가 겪어본
충주 월악산 영봉, 원주 감악산보다
더 어려운 산이었다.

깃대봉 정상에서
탑재~능가사로 혼자 내려오는 하산길은
푹신한 낙엽이 쌓인 흙길과
기분을 좋게 하는 삼나무 숲길이었다.

정상에 오를 때 그 고달팠던 마음을 순식간에 다 풀어주는
평화롭고 달콤한 오솔길이었다.
순간 스친 생각.
인생도 이런 맛으로 사는 것이었나?
비록 궂은 날씨와 험한 길을 만나 진땀을 뺐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잡념없이 전력질주하고 하산하는
내 몸과 마음이 한없이 경쾌하고 편안했다.

사량도 지리산-칠현산 트렉과
고흥 팔영산 트렉을 연속으로 해 내고 나니
어느 새 도전트렉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도 많이 덜어졌다.

세상살이가 두렵고 힘들게 느끼지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사량도 지리산과 고흥 팔영산을 꼭 걸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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