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맑은 2021년 11월 6일 토요일 강원도 횡성 국립 숲체원과 횡성호수길 5구간을 트렉했다. 거리로 340km340km 이상 떨어진 곳이라 금요일 오후 서둘러 출발했지만 with 코로나 시작 이후라 그런지 도로엔 차가 아주 많았고 주유소마다 길이 늘어져 있었다. 예상(4시간)보다 11시간가량 더 걸려 도착했다. 이동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장소인데도 당일 트렉이 부담스럽지 않은 날이 처음이다. 숲체원의 색깔과 공기를 궁금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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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체원에 전화로 알아보니 탐방로 트레킹은 예약이 필요 없으나 입장 시간이 9시로 정해져 있어서 좀 아쉬웠다. 그래도 멀리에서 왔고 오후엔 호수길로 이동해야 하는 형편이라 숙소에서 터치와 경행을 마치고 숲체원에 8시경 도착했다. 친절한 지킴이께서 “9시 입장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법이 그렇습니다.”하신다. 먼저 도착한 suv 한 대가 시동을 켠 채로 대기하다 8~9분 경과하자 나가버린다.
나는 간단하게 가방을 챙겨 화장실에 들렀다, 반대편 나가는 방향을 보니 산책하는 이들이 있다. 어! 나도 자연스럽게 산책길로 접어들었다. 탐방로 1’늘솔길’(950m)을 1km 정도 올랐다 내려오니 8시 56분이고 다행히 위치도 주차장 쪽이라 들키지 않았다. 아무데도 안 다녀온 척 지킴터에 가니, 2분 후에 큐알 체크하고 입장하란다..
숲체원에 탐방로가 1~4 까지 4개 구성되어 있는데, 1구간은 이미 돌았고 지킴터 바로 옆에서 시작하는 구불구불 1.4km가 넘는 거리로 대부분이 데크로 이루어진 편안한 등산로다. 언제나 솔솔 불어오는 솔바람을 느낄 수 있는 ‘늘솔곳’이란 전망대(881m)도 있어 숲체원과 횡성군 일대를 다 전망할 수 있다.
방문자센터를 살펴보고 앞말과 뒷말로 구성된 숙소동, 식당과 매점 등 시설을 돌아보고 오감체험장 근처에서 시작하는 탐방로 3‘도토리길’(903m)로3‘도토리길’(903m) 접어들었다. 약 1km1km 정도 길이로 중간에 맨발 치유숲길과 만날 수 있다. 걷다보니 숲의 다양한 질감도 느낄 수 있고, 구역에 따라 다른 수종들이 자라고 있었다.
도토리길 시작하는 지점에서 좀 더 오른편으로 길을 따라 가보니, 숲체원에서 준 안내도에는 막다른길이라고 표시되어 있었지만 26km에 이르는 또다른 길이 시작하는 지점이었다.
다시 관리자 숙소 뒤에서 오르는 탐방로 2 ‘힐링 숲길’(930m)로힐링숲길’(930m) 접어들었다. 1.2km 정도를 걸으며 오르고 내리고 하기를 4번째인데도 거리가 짧아서인지 걸을만했고, 마음이 편안했다. 청태산 등산로로 이어지는 안내판이 유혹했지만 오후에 호수길을 걸어야 하기에 정해진 탐방로를 따라 내려왔다.
숲체원에서 거리로는 40km가 채 안되는데 한 시간 가량 걸려서 횡성호수길 5구간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먼 횡성에 온 기념으로 더덕정식을 맛보았다. 횡성 한우는 그림자도 안 밟았다.
횡성호수길 5구간은 많이 알려진 만큼 주차장은 만차라 다시 돌아 나와 도로변에 세우고 입장, Azgtm 출발점인 코뚜레 게이트와 임시주차장을 지나면 매표소다. 2천원을 냈더니 횡성 상품권 22천 원권으로 돌려준다. 나올 때 8천 원을 보태서 만 원짜리 더덕을 사는 데 사용했다.
횡성호수길 5구간 가족길은 입구 쪽A코스(4.5km, 1:30)와 안쪽 B코스(4.6km, 1:00)로 이루어져 있다고 안내되어 있었으나 실제 거리는 2km를 뺀 정도였다.
A코스는 소 코뚜레를 형상화한 브론즈 작품을 통과하며 걷기 시작한다.
건강길을 걷고 장터가는 가족과 장터 가는 사람들 조형물을 만난다. 누나가 남동생의 손을 잡고 부모님과 함께 장터로 향하는 길 위에서 설레는 발걸음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횡성 오일장으로 이어지는 길이 호수에 잠겨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터 가는 가족’ 조형물에는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회상과 고향에 대한 그림움이 담겨 있다.
B코스(오색꿈길)은 ‘호수에 물들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표지판을 기점으로 완만한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무 사이로 반짝이는 호수 풍경이 이어진다. 원두막 지점에 도착하면 A코스 호수길 전망대로 나가거나 B코스 오색꿈길을 선택할 수 있다.
키다리 목각 인형이 앉아 있는 벤치가 여러 군데 있고 방문객들은 그들과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들고 있다.
원시림 느낌이 가득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호수 파노라마 풍경을 볼 수 있는 횡성호 쉼터 전망대와 은사시나무 군락지가 있다.
오솔길 전망대, 타이타닉 전망대, 호수길 전망대, 횡성호 쉼터 등이 마련되어 있어 걷는 이들이 쉬어갈 수 있고 호수에 비친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담고 있었다.
횡성호수길 출발지점이자 도착지점에 설치된 조형물이 마음을 잡는다. 오누이가 횡성오일장에 가는 길이 물에 잠겨 가지 못하는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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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하트렉에 2017년 9월 처음으로 참여하고부터 시간이 꽤 지났다. 오늘처럼 발과 마음이 한 가지로 편한 날은 처음이다. 5개 마을이 물에 잠기면서, 살던 마을과 고향을 떠나야 했던 어쩌면 이주하고 삶이 더 고단해졌을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눈물이 오늘 나의 이 발길에 밟히고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 가운데 누구라도 다시 이 호수길을 걸으며 지난 고됨을 덜어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그래서 오늘 내가 경험한 이 편안함이, 다시 오늘을 사는 힘으로 어느 누구에게나 가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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