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6일 토요일, 전남 장흥에 위치한 천관산에 다녀왔다.
출발 전 먼저 다녀온 이들의 후기에서는 1박 2일 멤버들이 다녀간 코스 안내가 눈에 띄었다. 오늘은 그들이 다녀간 3코스로 올라 1코스로 하산하며 읽기 트랙 진행할 예정이다.
터치와 경행으로 수리를 익히고 몸 전체를 순환하고 출발하여 오전 8시경 도립공원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텅 빈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둘러보니 1박 2일 멤버들이 다녀간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 주차장 입구 전광판에는 오늘 밤 9시를 기해 한파주의보를 발령할 예정이라는 안내판이 지나가고 있고 약간 쌀쌀하면서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상가 지구를 통과하자 어머니 테마공원이 조성되어 있었고 조금 오르자 드디어 갈라지는 등로 초입이다. 트럭을 타고 계신 어르신께서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미끄러운데 산에 왜 가냐며 걱정을 하신다. 왠지 나와 성씨가 같은 아재의 걱정으로 들려 마음이 따뜻해진다. "조심할게요"
오른쪽 3코스 안내를 따라 조금 걷다 보면 도화교가 나온다. 오래된 복숭아나무가 아직도 건장하고 곧바로 장천재에 이른다. 초입에 위치한 장천재(長川齊)는 500여 년 전 장흥 위(魏)씨 문중이 골짜기 초입에 있던 암자를 헐어내고 지은 문중 사우(門中祠宇)로 존재(存齋) 위백규(魏伯珪) 선생을 비롯해 여러 학자들이 수학한 곳이다. 지금은 열쇠가 걸려 있고 장흥 위 씨 재각 정도로 쓰이고 있는 듯하다.
흔하지 않은 성을 가졌다는 것이 가끔은 불편하기도 하다. 반면 흔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오래 기억되기도 하고 때론 더 관심을 받기도 한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위나라 위(魏)라는 성을 받았다. 그래서 학교 다니는 내내 성, 이름과 관련된 일화들이 여러 가지 있다. 위가 양쪽에 붙어서 위대하겠구나! 아버지가 중국 양자강에서 주어왔다지? 등등. 2001년에는 템플스테이에 참여하고 ‘위’라는 성에 어울리는 vimala(위말라: 순종....)라는 법명을 받기도 했다. 그 위씨의 본이 장흥이다. 바로 이곳 천관산에서 그 흔적을 발견했다.
본격적으로 등산로가 갈라지기 직전에 시인 위선환 님이 소개된 안내글을 발견했다. 글을 읽으며 1970년대 이후 30여 년간 절필하신 내력이 궁금해졌다.
선인봉을 거쳐 금강굴에 이르기까지 빗줄기는 사그라졌지만, 아무 사람의 흔적 없이 오늘 첫 발자국을 내며 오르고 올랐다.
금강굴을 지나 석선봉 선재봉 대세봉 문수 보현봉 천주 당번봉을 거쳐 환희대(대장봉)에 오르기까지 안내판을 보고 바위를 보면 그런 것 같다. 하나하나 독립된 봉우리이기보다는 그냥 큰 바위들이다.
드디어 환희대 도착 책바위를 만나고 4방의 아름다운 가을과 다도해의 흐린 가을 풍경을 눈으로 만났다.
구룡봉을 향해 가고 오는 동안 억새능선이 이어지고, 철 지난 철쭉들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다시 환희대를 지나 이제 억새능선을 걸어 연대봉으로 향한다. 구룡봉에서 환희대로 회기 할 즈음부터 사람의 흔적과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고 오늘 밤 한파주의보가 내릴 것처럼 바람이 찼다. 헬기장에서는 그래도 텐트를 친 사람들이 있었다. 감로천의 물은 바깥 날씨가 차서 그런가 오히려 차지 않았고 비바람이 들어가서 인지 그리 달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하산길이다. 금강굴로 오르던 산맥과는 느낌이 좀 다르다. 더 오래된 내리막이지만 덜 거칠어서 마음이 편하다. 무엇보다 오를 때 적막하던 산이 사람들 소리와 모습으로 생기가 느껴져서 좋다. 양근암은 암자 아니라 바위라고 알고 갔는데도 자꾸 암자 생각이 나곤 했다.
내려오면서 내내 뒤돌아 보고 싶어 진다. 억새능선이랑 아침에 오르던 반대편 산의 봉우리들이 더 잘 보인다.
정원암을 지나 정원사에 도착했다.
장안사에 도착하여 바람이 만들어내는 풍경소리를 담았다.
장안사 풍경소리
장안사를 둘러보고 등산로 초입에 다다르자 아침엔 없던 새로운 풍경이 있다. 서울에서 두 대의 관광버스를 타고 온 등산객들을 위해 나오신 두 어머니들이 전을 펼치고 계시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던 거구나. 그중에 우리 방하 도전 트렉 멤버도 왔을 것 같네. 이미 하산 지점인데 아직 시간이 너무 이르다. 오를 때 스쳤던 효자송에 가보았다.
효자송을 만나고 그곳에서 다시 천관산 봉우리들을 담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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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테마공원에 도착하여 정자에서 팔단금으로 오늘 기른 마음을 잘 정돈하였다. 그래도 아직 일러 찬찬히 테마공원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주차장에 도착하니 주차장을 꽉 채운 차들이 있다. 이제 오르는 사람들도 여럿이다.
뜻하지 않게 살펴본 어머니 테마공원을 거닐며 이생에서 나는 나를 통해 이 세상에 온 두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인지? 앞으로 그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내 부모님과 살아오면서 내가 부정하고 싶은 고정관념은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고 새롭게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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