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전 충남 보령 원산도 섬트렉에 이어 이번엔 전남 여수 돌산도 섬트렉입니다. 돌산도는 섬에 8개의 큰 산이 있다는 뜻이 집약된 돌()이라는 한자로 지명을 정할 만큼 그리 높지는 않지만 오르는 재미가 있는, 규모가 있는 산이 많습니다. 오늘 트렉은 이들 산을 오르락내리락 넘어서 가야 합니다.

 

2021년말 기준 여수시 인구가 28만이 조금 안되고 그 중 약 5%인 15,000명의 인구가 돌산도에 산답니다. 연육교인 돌산대교가 1984년에 완공됐다고 하는데 충분히 연결할 만 합니다. 살아있는 둘이 연결되면 하드웨어만 커지는 게 아니고 새로운 교류가 생기고 원래 있던 것은 더 확산됩니다. 돌산도를 대표하는 농산물인 갓김치도 돌산대교가 생기면서 유통이 확산됐다고 하니까요. 

 

트렉 지형도, 거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최소 25km 이상을 고도 3백m에서 5백m 되는 산을 7개나 넘어야 하는 길고 힘든 여정입니다. 시간도 11~12시간 잡아야 하고요. 걸어보니 저마다 특색있는 산으로 구성된 재미있는 트레일로 전체 11~12시간이 좀 힘들뿐 지루하지 않습니다.

 

  • 트렉일자: 2022년 2월 12일(토)
  • 트렉코스: 돌산공원 -> 소미산 -> 대미산 -> 본산 -> 작곡재 -> 수죽산 -> 갈미봉 -> 봉황산 -> 금오산 -> 향일암
  • 교통: 전날 고속버스로 여수터미날에 도착. 인근 숙박업소에서 1박후 다음날 새벽 5시에 택시로 돌산공원으로 이동. 종주 종료후 향일암에서 여수시내까지 버스로 이동. 다시 시내에서 여수KTX역으로 택시로 이동. 향일암 인근 식당 주인의 말로 돌산도에서 택시를 부르면 택시비도 어마무시할 뿐만 아니라 여수 시내에서 오기때문에 40분은 기다려야 한답니다.
  • 날씨: 새벽 영상 1~2도 낮에는 영상 10도 전후. 구름 조금 낀 맑은 날씨.

중주의 대략 중간 지점인 봉양마을에서 코스 안내판(아래 왼쪽 사진)이 보여 이걸로 잠시 코스 안내를 하고자 합니다. 여수시에서 조성한 코스는 돌산대교에서 시작하는데, 한마디로 돌산대교부터 소미산 들머리까지는 현재로서는, 특히 일출이 늦은 겨울에는 비추입니다. 이유는, 이 초반부 대부분의 코스는 도심외곽지역이나 주택가여서 산행이 아니라는 점, 그래도 여름이면 여수 앞바다를 조망하는 높이에서 걸을 수 있으므로 걷겠지만 겨울에는 코스의 길이를 감안한 출발시간인 새벽 5시~5시 30분에 출발해야 하므로 일출 전까지 깜깜한 새벽에 걸어야 해 조망은 커녕 길찾기도 쉽지 않다는 점, 끝으로 소미산으로 향하기 전 산 정상에 군부대를 둔 산을 하나 우회해야 하는데 주변에 작고 큰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새벽에 길 찾기가 난망하다는 점이라서 그렇습니다. 트렉 시작전 국제신문에서 답사하고 올린 산행 안내를 참고했는데, 이미 ?년이 지난 시점이라 이 초반부 구간에서는 별 도움이 안됐습니다. 결론은? 여수시에서 이 구간을 재정비를 하고 특히 이정표를 세심하게 세우지 않는 이상, 이 구간을 건너 뛰고 막바로 소미산을 시작점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저도 군부대가 있는 산에서 좀 헤매다가 더 늦으면 안되겠기에 하산을 결정하고 택시로 소미산으로 이동했습니다.

돌산종주 안내판과 새벽녘 돌산공원 주변 모습

아래는 고도 그래프에서 알 수있듯 전체 코스는 20km가 넘는 지점까지 넘어야 할 산들의 높이가 계속 올라가는데, 특히 체력이 많이 떨어지는 25km 지점에서도 제법 긴 오르막길(금오봉, 향일암 가는길)이 기다리고 있어 후반부에도 체력이 필요합니다.  

 

길 찾느라 헤매던 코스 초반부를 뒤로 하고 소미산 정상으로 오르니 마침 일출입니다. 헤맨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는 느낌입니다. 소미산까지 태워다 준 택시 기사분이 돌산도에는 멧돼지가 많다고 했는데, 실제 소미산을 오를 때 멧돼지도 보고 고라니도 보고 기타 알 수 없는 산짐승들을 보았습니다. 기사분 말씀이 방울이든 뭐든 소리를 계속 내면서 걸으면 동물들은 소리에 민감해 피한다고 합니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다행히 많다고 하는 멧돼지는 이곳 소미산을 지나서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소미산의 일출

바다에 접한 여수이고 또 섬이라 이 종주코스 내내 계속 바다를 조망하면서 걷겠지 하는 기대를 할 수도 있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섬도 크고(돌산도는 전국에서 10번째로 크다고 함) 산들도 제법 커 일단 산행 코스로 접어들면 육지에서 산행하는 것과 같습니다. 바다 조망은 주로 초반부인 소미산~대미산 구간, 그리고 후반부 금오봉~향일암 구간 정도 입니다. 한마디로 이 종주길은 초반부는 바다 조망으로 시작해 한 동안 숲을 걷고 다시 바다 조망으로 마무리하는 코스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래 이번 종주길에 만난 멋진 숲들입니다. 

 

본산이라고 하는 산의 정상입니다. 오늘 오른 여러 산 정상중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이 곳입니다. 제법 널찍한 평원이 펼쳐진 정상으로 누군가의 산상 강연을 듣고 싶다면 이런 날씨에 이 곳에서 듣고 싶고 싶습니다.  날씨에 힘입어 겨울 숲인데도 혹은 겨울 숲이라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습니다.

본산 정상

이 코스를 걷다 보면 크고 작은 편백나무 숲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침염수숲을 지날 때면 숲에 묻히는 느낌이라 산행중 심신의 피로가 덜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느낌이 아니라 실제 그런가요? 

 

작곡재라는 언덕을 지나면 수죽산이라고, 산 이름에 '죽'자가 들어간 산으로 향하게 됩니다. 이 산 정상 주변은 아래와 같이 대밭이 빽빽합니다. 정상 주변 2~30m가 사진에서처럼 대밭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낮든 높든 산 꼭대기 주변에서 이렇게 빼곡한 대밭은 처음 봅니다. 좀 흐린 날이나 눈이 오는 날씨였으면 자못 신비스럽기까지 했을 겁니다.

 

오늘 오른 산중에서 제일 높은 봉황산으로 오르고 후반부 코스를 향해 진행할 때 만나게 되는 소사나무 숲입니다. 소사나무는 섬지방에서 많이 보이는 나무인데 겨울에 잎이 떨어진 나목을 보면 이 나무가 자작나무과라고 하는 게 금방 이해가 됩니다. 눈꽃을 입지 않았는데도 온통 하얀색입니다. 아침서리가 내려 앉으면 정말 눈부실텐데 남부지방이라 그럴 지 모르겠네요. 

봉황산 정상 하산길에서 만난 소사나무숲

금오봉을 지나 향일암으로 가는 길에서 다시 눈에 들어오는 바다 조망입니다. 먼 길을 걸어왔으니 이런 아득한 조망에 더 심쿵해 집니다. 

 

소미산 들머리에서 출발해도 22~23km 정도 되는 이 긴 코스는 이정표의 도움도 있고 길도 비교적 분명하게 나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긴 길이라 몇 군데 자칫 엉뚱한 곳으로 갈 수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저한테는 총 4곳이 그랬습니다.

 

코스 후반부 봉황산 정상에서 내려오면 만나는 소사나무 숲길. 한 15~20분 정도 숲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여전히 소사나무 군락으로 둘러쌓인 삼거리를 맞닥뜨리는데  직진하는 방향으로도 길이 나 있고, 오른편에도 길이 나 있습니다. 우틀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방향으로 리본이 걸려 있습니다.

 

봉양마을에서 도로를 건너면 갈미봉으로 가는 길로 접어듭니다. 왼쪽 사진 코스 안내도를 지나면 길이 두갈래로 갈라집니다. 하나는 오른편으로 편백나무숲으로 바로 들어가는 좀 넓은 길이고 다른 하나는 왼쪽으로 도로를 따라 좁은 길입니다. 언뜻 잘 닦인 넓은 길이 맞는 길로 보이나 아닙니다. 좌측 좁은 길로 가야 합니다.

 

본산으로 가는 길은 좀 길고 멉니다. 가는 길 중간쯤에 산으로 나 있는 길과 하산하면 도로로 이어지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이때 산으로 나 있는 길로 가야 합니다. 도로로 내려가 도로를 따라 올라가도 고개에서 양쪽 길이 만날 것 같은데 아무래도 도로보다는 산길이 좋겠지요.

 

끝으로 대미산 정상에서 종주코스 표지판이 여러개가 있어 헷갈릴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우물 아래쪽에 있는 표지판을 찾으시고, 월암 방향으로 하산하시면 됩니다.

 

이상 네 지점에서만 제대로 길을 잡으면 나머지는 길이 그냥 보입니다. 중간 중간 이정표도 있구요.

 

소미산에서 바라 본 대미산

돌산종주 혹은 돌산지맥 코스는 여수시에서 2009년에 코스도 정비하기 전에 종주꾼들이 이미 제법 찾던 곳입니다.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 것이겠죠. 시작과 마무리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바다를 조망하면서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중 하나일 것이고, 코스중 만나는 산들이 다채롭다는 것도 숨은 매력중의 하나로 보입니다. 거기에 육지의 종주와 달리 종주 내내 능선을 타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산을 계속 기슭부터 꼭대기까지 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산과 그 안의 숲, 나무 군락 등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일 겁니다. 물론 그때문에 지구력을 요하는 만만치 않은 코스이기도 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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