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방하도전트렉은 전남 영암의 월출산 입니다.
- 트렉일자: 2022년 2월 19일(토)
- 트렉코스: 월출산 천황사 입구 -> 천황사 -> 구름다리 -> 구름다리에서 유턴해서 바람폭포 -> 천황봉 -> 구정봉 -> 마애여래좌상 > 구정봉 -> 억새밭 -> 도갑사. 구름다리를 건너 암릉을 거쳐 천황봉을 오르는 구간은 공원관리소에서 전날 내린 눈으로 차단.
- 교통: 수서역에서 나주역까지 SRT. 나주역에서 영산포공용버스터미널까지 택시(10분). 영산포터미널에서 영암여객자동차터미널까지 시외버스(30분). 다시 영암터미널에서 월출산 천황탐방안내소까지 택시(10분). 종주를 마치고 돌아올 땐 영암터미널에서 바로 나주터미널까지 버스로 가능. 구간은 많지만 생각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습니다.
- 날씨: 기온은 트렉시작 시각인 오전 8시30분경은 영하 1~2도, 능선 트렉중엔 영하 1~2도에서 영상 7~8도를 오르 내림. 바람은 능선에서 심할 때는 초속 5~6m, 1시 전후 약 1시간을 제외하곤 흐린 날씨
지지난주 다녀온 부안의 내변산, 해남의 두륜산, 강진의 덕룡산 등 서해안에 가깝고 평아 지대에 우뚝 솟아 있는 점에서 월출산의 지형은 비슷한 느낌도 주지만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첫째, 서해안 가까이 위치한, 암석 지형의 산 중에서 아마 제일 높을 겁니다. 다른 산보다 300~400m 더한 높이 덕에 아래서 올려다 보면 규모와 높이가 남다릅니다. 위에 열거한 산들은 대략 높이가 4~5배미터 정도이지만 낮아도 올라서면 높이를 잊게 합니다. 그에 비해 월출산은 실제로 높아 산아래, 정상으로 오르는 길, 산상에서의 보이는 규모가 다릅니다.
둘째, 한마디로 암석의 향연이라고 할 정도로 참으로 다양한 암석 지형을 선사합니다. 특히, 천황봉에서 구정봉으로 가는 길에서 사방으로 펼처지는 암석 지형은 서 있는 위치, 보는 각도, 날씨와 기분에 따라 참으로 다양한 모습을 연출합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면 이곳에서 오래 머물면서 월출산의 멋진 풍경을 담아도 되고, 눈에만 담고 싶다면 이곳에서 그저 오래 머물러 있다가 하산해도 좋겠습니다.
셋째, 같은 암석지형이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바위산인 설악산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지형입니다. 설악산은 보이는 지형과 눈에 펼쳐지는 바위들 모두 거대합니다. 그래서 장관이지만 대신 가깝게 보여도 모두 좀 멉니다. 그에 비해 월출산의 지형과 바위들은 눈과 손에 가까이 있습니다. 바위와 바위가 만들어낸 지형으로 빼곡한 밭을 거니는 느낌을 주면서 언제라도 산아래 펼쳐지는 평야지대가 툭 터진 조망을 열어 줍니다.
오늘 코스중 저의 '최애 구간', 천황봉에서 구정봉으로 가는 길부터 얘기를 시작합니다.
오늘 날씨는 전반적으로 흐립니다. 으레 상쾌하고 맑은 날씨속에 하는 산행을 기대하지만 왠지 오늘 날씨는 월출산을 보기에 '딱'인 날씨입니다. 날씨는 흐린데 전날 내린 눈에 다소 높은 기온으로 공기가 젖어 있는 데다 적당히 흐려 오히려 지형들의 선과 면이 더 뚜렷하게 보여서요. 잠시 해가 나왔을 때 같은 곳에서 찍은 사진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분명히 보입니다.
천황봉에서 급경사 하산이 끝나면 구정봉으로 향하는 멋진 길이 나타납니다. 정상에서의 조망보다 이 길을 따라 주변 360도, 상하로 들어오는 경치가 이 코스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천히 걸으면서 감상하시라고 권합니다. 이 종주는 웬만한 사람이면 그리 서두를 필요가 없는, 그리 힘들지도 않고 길지 않은 길이라 이곳에 충분히 머물러도 됩니다.
거의 구정봉 높이까지 올라 천황봉을 바라봅니다. 종주를 하다가 가끔 이렇게 뒤를 돌아보면 앞에 놓인 풍경보다 더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종주가 주는 맛중의 하나입니다.
구정봉 사면에 이런 큰 바위 얼굴이 새겨져 있습니다.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각도를 달리 해서 봐도 영락없는 사람 얼굴 모습입니다.
아래 오른쪽은 해가 잠시 나왔을 때의 모습입니다. 서해안의 이런 화강암 지형 바위들은 대개 모나지 않은 것이 울퉁불퉁한 근육같은 모습인데, 이곳 월출산은 온통 이런 바위 지형들입니다. 밀도에서 오는 아름다움?
아래 구정봉 정상에서 두 사람이 멀리 천황봉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시 되돌아가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여느 정상과는 달리 저 구정봉 정상위에 발을 디디려면 정말 배낭을 맨 몸 하나 간신히 들고 날 수 있는 좁은 바위 통로를 지나야 합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곳에 정상으로 가는 통로가 있으리라고 전혀 생각이 안 들 정도입니다. 아마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자그마한 발견의 환희를 맛 보았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아래 안내문을 읽지 않았다면 천황봉과 구정봉 사이의 풍경과 지형을 뒤로 하고 그대로 도갑사 방향으로 나머지 종주를 진행했을 겁니다. 안내문의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국보'라는 글귀가 아니었다면. 결론은, 웬만하면 꼭 가서 국보인 불상과 석탑을 관람하시고 석탑 주변에서 해를 쬐며 한 걸음 쉬다 오시라고 권합니다. 왕복 1km인데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불상도 9m 가까이 되고 불상앞 공터도 그리 넓지 않아 눈에 다 들어오지 않습니다.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조용히 혼자 바라다 보면 저절로 경건해 집니다. 비슷한 형태의 오래된 불상들을 여럿 봤지만 조각의 형태가 선까지 이렇게 선명하게 보이는 건 처음입니다. 1천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는데 보존 상태가 대단합니다.
이 불상만 보고 다시 인근 200m도 안되는 곳의 3층 석탑을 안 보고 돌아가면 너무 아쉽습니다. 석탑도 석탑이지만 다른 위치에서 완전히 다른 각도로 불상을 관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상의 바로 앞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정면, 불쌍을 둘러 싼 주변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불상의 규모나 이 석탑까지 아우르는 공간의 크기를 보면 이 절터(용암사)는 꽤 규모가 있던 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불상과 석탑을 관람하고 다시 구정봉으로 올라오면 이제부터는 완만한 경사의 걷기 좋은 하산길입니다. 이대로 밋밋하게 하산하나 싶을 때 길은 또 하나의 풍경을 선사합니다. 날이 흐리고 바람이 제법 있어 더욱 아름다운 억새밭이 나타납니다. 사진으로 느낄 수 없는 바람은 영상으로.
월출산 종주는 종주 능선에 올라서도 종주코스가 보이지만 재밌게도 종주가 시작되는 탐방로 입구로 차를 타고 가면서도 종주 코스가 그대로 보입니다. 더불어 종주가 끝나고 버스 터미널로 돌아오는 길도 걸었던 종주 코스를 멀리서나마 복기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하산하고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기사분이 많은 산을 타봤지만 '월출산이 최고'라고 합니다. 각자 나름의 최고가 있겠지만, 저는 천황봉과 구정봉 사이의 구간, 6청만년전 마그마가 땅위에서 굳어져 만들어 놓은 그 곳은 '지금까지는 최고'라는데 동의합니다.
월출산은 생각보다 멀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KTX나 SRT로 두 시간 남짓 걸려 나주역에 도착, 대중교통으로 1시간 정도 더 가면 코스를 어디로 잡든 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꼭 함 가보시길!
'지나간 기록 > 도전Trek 송영주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하도전트렉 26번째(봄) - 전북 완주군 장군봉/대아호 (0) | 2022.03.11 |
---|---|
방하도전트렉(겨울) 25번째 - 태안 해변길(솔모랫길 ~ 노을길) (0) | 2022.03.03 |
방하도전트렉(겨울) 23번째 - 여수 돌산 종주(돌산공원 -> 향일암) (0) | 2022.02.18 |
방하도전트렉(겨울) 22번째 - 부안 내변산 종주(남여치 -> 굴바위) (0) | 2022.02.11 |
방하도전트렉 21번째(겨울) - 보령시 원산도 해변따라 10산 종주 (0) | 2022.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