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에 돌산도 트렉을 하느라 여수를 방문하고 재방문입니다. 이번엔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금오도. 육지에서 너무 멀어 앞으로도 다리로 육지와 연결될 일 없는, 온전하게 섬입니다.
몇 년 전 한번 둘러볼 때 3,4코스 만을 둘러본 곳이라 이번엔 출발하기 전 1코스에서 5코스까지 완주하기로 마음 먹고 떠납니다. 수도권에서 대략 300km 정도 떨어진 곳, 특히 연안의 섬으로 산행 중심의 여행을 가려면 며칠 생각하고 가는 것이 아닐 바에야 1박을 할지, 심야나 새벽부터 떠날지 늘 고민이 됩니다. 저 나름의 기준은 1박을 할 거면 전날 일찍 떠나 여행지 근처를 둘러보고 다음 날 현지에서 새벽에 목적지로 향하는 것이고, 그럴 여유가 없다면 심야버스나 새벽 기차/버스를 타고 좀 무리를 해서 이동을 하는 겁니다.
저의 이번 금오도 여행은 심야버스로 시작합니다. 겨울이었으면 이렇게 못했을 겁니다. 언제부터인지 자정에 떠나던 버스가 밤 11시에 떠나고, 약 4시간 가량 걸려 여수에 도착하면 새벽 3시 전후가 돼 정말 애매한 시간에 도착하는 겁니다. 첫배가 6시 10분이니 어디서 자기도 뭐하고 할 수 없이 버스터미널에서 여객선터미널까지 걸을 수 밖에요. 그래도 시간이 2시간 가량 남아 5시 30분이 돼야 개방이 되는 여객선터미널 앞에서 잠시 노숙인 처지가 됐습니다. 날이 춥지 않아서 버틸 수 있었지, 겨울이면 자칫 여행 시작전부터 몸이 망가질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트렉일자: 2022년 3월 12일(토)
- 트렉코스: 함구미항 -> 두포 -> 직포 -> 학동 -> 심포 -> 장지마을. 완주후 장지마을에서 함구미항까진 택시로 이동
- 교통: 센트럴시티 터미널에서 밤 11시에 출발하는 여수행 심야버스로 여수 터미널까지 이동. 여수 터미널에서 여수연안여객선 터미널까지 도보로 이동. 여객선터미널에서 금오도 함구미항까지 배로 이동(오전 6시 10분 출발. 1시간 30분 소요)
- 날씨: 오전엔 영상 5~6도 오후에는 15 도 전후로 온화하고 맑은 날씨. 바람도 초속 2~3m 정도
금오도는 약 8백만평의 크기(26.99 제곱킬로미터)로 우리나라에서 21번째로 큰 섬이라고 하니 작은 섬이 아닙니다. 이 코스의 길이도 제법 길지만 실제로 걸어 보면 큰 섬입니다. 섬 모양이 자라처럼 생겼다 해서 자라 오(鰲)를 쓴 금오도란 이름이 됐답니다.
위 상단 오른쪽 사진의 설명에 보면 '해안길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금오도 비렁길'이란 표현이 있는데, 이번까지 포함 두 번 걸어 보고 난 저의 결론은 이 표현에 딱 맞는 구간은 1코스 전체와 2코스 일부입니다. 아래 사진과 함께 지형을 잘 살펴 보면 기점인 함구미항에서 출발해서 2코스가 이어지는 지점까지 느리게 굽어지는 해안선을 보면서 걸을 수 있고, 실제 길도 비렁길이란 이름에 걸맞게 해안에 가깝게 붙여 조성해 놓았습니다. 이런 지형은 3코스, 4코스로도 이어지는데 후반부의 이 구간들은 상하 굴곡도 좀 심한 편으로 안전을 위해 길을 좀 안쪽으로 만들어 놓은지라 해안선의 굴곡이 전반부 구간에서처럼 눈을 따라오지는 않습니다. 대신 터진 바다 조망이 들어오죠.
그래서,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저의 탑픽은 1코스와 2코스입니다. 1코스와 2코스만 걷고 3, 4코스의 높이가 좀 아쉽다면 1코스의 후반부에서 길을 틀어 대부산(382m)을 오르고 다시 원점 회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사람이 없는 섬 길을 아침에 걷는 맛은 참 일품입니다. 이 날 함구미항까지 동행한 걷기족은 저 포함해서 모두 3팀밖에 없었습니다.
비렁길(벼랑길)답죠?
지금까지 모두 1코스에서 만난 장면들입니다. 아래 매화와 함께. 귀한 사진입니다. 오늘 유일하게 잡힌 꽃이 핀 나무이니까요.
고즈넉~합니다. 사진 앞쪽의 밭은 방풍나물 밭입니다. 돌산도는 갓, 금오도는 방풍나물입니다.
아침 빛은 딱 여기, 이 사진까지입니다. 아쉽습니다.
1971년이면 이 먼 섬에 중장비 1대 없이 사람의 힘 만으로 했을텐데, 어떤 열정이었을까요? 지금은 이 길을 오르면 언덕배기에 몇 채의 펜션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분들 덕택이죠.
만들어진 골프장 말고 그냥 이 위치, 이 경치 속에서 채만 들고 스윙만 해도 페블비치 못지 않을 겁니다. 이 펜션 주인도 그런 마음이었을 겁니다.
오늘 길에서 때때로 마주친 거목인데,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마치 코끼리 피부 같은 껍질을 가진 나무입니다. 무슨 나무일까 계속 궁금해 했는데, 오늘 트렉의 종착점인 장지마을에 도착해서야 의문이 풀렸습니다. 팽나무입니다.
팽나무는 우리나라 남부의 해안가에 많이 보인다고 합니다. 염분이 많은 해풍에 잘 견디는 수종이면서 느티나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자주 보이는 '오래 사는' 나무라고 합니다.
오래된 곰솔도 보입니다. 곰솔 숲이 길게 늘어선 태안 해안가에도 없던 거목입니다.
3코스로 들어서면 이렇게 내려다보는 경치가 자주 들어옵니다. 오르락 내리락 굴곡의 연속이라 체력소모도 좀 있구요.
이른 봄 오후의 빛. 한적한 길, 숲, 해변.
오늘 트렉의, 그리고 5코스의 종착점인 장지마을입니다. 하산 길에 눈에 들어오는 마을 전경도 깔끔했는데, 마을 입구로 들어서니 정말 아담한 마을입니다. 마을 어른들도 그런 말씀에 부인을 안하십니다. 해안가 마을 중에서 이렇게 정갈한 마을이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배치, 지붕과 벽의 색깔들, 청결함...
이 금오도 비렁길 코스의 좀 아쉬운 점은 이 장지마을에 혹은 마을에서 걸어서 가는 거리에 항구가 없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돌아가는 배편이 떠나는 곳(항구)으로 버스나 택시를 타고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네, 택시도 있습니다. 버스는 섬의 버스 시간이 늘 그렇듯 뱃시간에 맞추어서 오고 간다고 하는데, 막배를 타고 간다면 배를 놓칠까 불안해 집니다.
저의 여수행 배편은 함구미항에서 4시 10분이었는데, 버스가 없다고 해 할 수 없이 택시를 선택. 콜을 하고 10분 기다리고 가는데 20분 걸렸나요? 요금이 무려 3만 5천원 가량 나오더군요. 미터기가 올라가는게 유럽의 택시 같았습니다. 섬에 택시가 2대밖에 없다고 하는데, 수요가 많은 시간대인지 운전도 심야 총알 택시같구요. 여수~함구미항 왕복 3시간 뱃삯이 3만원인데. 쩝~
그나마 기사분한테 하나 얻은 게 있다면, 금오도에서 여수로 돌아가는 배편은 예약 안하는게 좋다는 것. 금오도에서 4~5개 항구에서 여수로 떠나는 배가 있고 성수기에도 배를 못타는 경우가 없다네요. 여행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간과 거리를 봐서 적당한 항구로 가라는 얘기였습니다.
다시 여수로! 다음에 다시 금오도를 찾는다면 하루가 아닌 며칠 묶는 계획으로 와야겠습니다. 하루짜리 여행으로 볼 수 없는 것이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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