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8일 토요일 사량도에 있는 칠현산(하도)과 고동산(중도?)을 걸었다.

금평항에서 하도 방향으로 운행하는 버스에 오르니 기사님과 단 둘이었다. 칠현산 등산로 입구(읍덕마을)에서 나를 내려주고 빈 버스가 떠났다. 칠현산 등산로 입구에 이미 와 있던 suv 두 대에서 젊은이들 한 무리가 산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홀로 걷고 싶으면서도 막상 홀로일까 약간 걱정이 있기도 했지만, 누군가 여럿이 있으니 또 별로다. 얄궂게 마음이 이렇다. 그들을 뒤로하고 안내표지판을 자세히 살폈지만 아무래도 정보가 좀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 생각한 것보다 거리가 너무 짧다. 이런! 걸어서 알아내는 수밖에. 천천히 수리를 실어 걷기 시작했다. 준비운동을 못해서 천천히 걸으며 몸을 풀 생각을 했는데,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는 오르막길을 만났다. "산길샘이 한 시간 지났습니다. 거리는 1.0km이고......" 칠현산을 내려와 고동산 둘레길을 걸으며 갑자기 칠현산은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1/5로 축소해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비선대 구간을 제외하고).

칠현산에서 내려와 사량대교를 걷다 보면 직선 방향으로는 고동산 등산로가 있고 오른쪽 방향으로 해안을 따라 둘레길이 나 있다. 둘레길 방향으로 걷다 보니 고동산 정상에 오르게 되었고 진천마을을 거쳐 금평항으로 내려오면서 그곳 사람들의 속살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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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치항에서 7시 출발하여 읍포마을에 도착

 

하도에 있는 칠현산은 읍포마을에서 시작하여 아기자기한 능선이 마치 설악의 공룡능선을 연상케 하는 제1의 해상 명산이다. 공룡능선을 1/5로 축소해 놓은 3km정도 거리(비선대 진입로를 빼고), 산세가 좀 다르다. 육지의 설악산은 인절미처럼 매끈한 바위산인데 비해 섬의 칠현산은 팥시루떡처럼 거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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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봉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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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봉을 거쳐 칠현봉을 지나 바위 능선을 오르고 내려 드디어 덕동 방향 하산 지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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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 낙엽길을 내려오면서 활엽수 사이사이 따뜻한 섬식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고동산해안둘레길은 사량대교 오른쪽 (해안길)~약수터 ~대항리해수욕장 ~약수터~ 고동산 정상~진촌마을 ~천주교회사량분소~ 사량파출소~ 금평항(약금평항(약 7km): 4곳 전망데크가 설치되어 있고, 피부병을 고쳤다는 전설을 가진 약수터가 한 곳 있고 이 약수터에서 바다까지 연결되는 계단이 마련되어 있다. 멋진 깃털문양을 가진 새 세 마리가 앉아 놀다 놀라 날아가는 바람에 나도 놀라 거리를 두고 보았다.

사량대교를 건너 오른편에 난 해안숲길로 접어들고 바로 향긋한 소나무향과 햇살에 깜짝 놀라고, 전망데크를 지나 무심코 걷다, 측백나무향에 깜짝 놀라고, 황량한 활엽수림을 지나다 갑자기 바닥에 떨어진 아직 푸른빛이 남아있는 낙엽에서 올라오는 싱그러운 향에 세 번째 깜짝 놀랐다. 길 끝에 나타난 대항마을은 깨끗한 모래밭과 방파제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말소리가 정겹게 들리는 한적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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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산 해안둘레길 초입에서 만난 고비군락, 숲의 향으로 깜짝 놀라게 한 솔숲과 측백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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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를 지나 대항마을로 가는 도중 만난 의자 갈 땐 그냥가고 돌아오는 길엔 잠시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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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나는 향 때문에 세 번째 깜작 놀라게 한 아직 푸른 낙엽길

 

대항마을에서 간 길을 다시  돌아 약수터까지 왔다. 약수터에서 등산로를 따라 가다보니 대공산 정상에 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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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와 보니 진촌마을에서 약수터가는길이 시작되고 있었다.

진촌마을에서 금평항으로 오는 길에 만난(?) 털복숭이개의 모습이 2시 배를 타고 육지로 나오는 내내 마음속에 남아서 의문을 던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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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사람의 품에 안겼을 지도 모를 털복숭이의 표정이 ????

우리네 인간 삶의 현재를 파헤쳐보게 했다.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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