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5일 올해 마지막 토요일, 아랫녁인 전남 고흥에 위치한 팔영산은 미세먼지 없이 맑았다. 덕분에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털 머프를 하고 털모자를 써야 했다. 바람이 미세먼지를 날려버린 듯 시야도 맑고 하늘도 맑았다. 땀이 나지만 흐르지 않았다. 배낭을 내려놓고 있으면 몸이 휘청거렸다. 암릉을 오를 때는 배낭이 고마웠다. 거센 바람에 암릉에 붙어 있을 수 있는 무게를 더해주었다. 다행이도 쇠난간에 나일론 줄을 감아 놓아서 그나마 덜 미끄러웠다.
1998년 7월 30일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2011년 1월 10일에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편입, 승격되었다. 깃대봉에서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던 등산객이 “아! 이러니 국립공원이 됐지!!! 저기 지나온 우리 역사가 보인다. 암릉도 바다도 멋지다.”한다. 더불어 국립공원의 품격에 맞게 안내표지도 재정비하면 좋겠다.
등산로 초입에 있는 이정표가 대뜸 성주봉(2봉)을 안내하고 있었다. 한참을 올라야 하는 선녀봉도 있고 1봉인 유영봉도 있는데, 왜 그랬을까?














강산폭포의 흔적이 있었다. 흐르다 어느 순간 얼어버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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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봉인 유영봉을 만나기 위해 급경사 긴 계단을 내려가고 다시 올라야 했고 그 계단을 다시 내리고 올라야 2봉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 안부에 뒤쪽으로 돌길이 있어서 잠시 가다 다시 계단 쪽으로 올랐는데, 세상에 그 길이 우회로였다. 하산하면서 알았다. 등산 안내도에 짙은색 아래 연한 색 길이 나 있었다. 그렇다고 생각이 바뀌지는 않았다. 아마 그 길을 택했다면 팔영산의 멋을 알지 못했을 테니. 그러나 만일 원점회귀 하산길이라면 깨소금맛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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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봉 부터 5봉 까지
6봉인 두류봉을 지나면서 그동안 도전트렉에서 힘들었던 산들이 주마등처럼 스쳤지만, 팔영산처럼 당황스럽기는 처음이다. 한 손으로는 쇠 난간을 잡고 어디에 발 디디라고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내 눈으로 찾아서 발을 옮기고 무게중심을 옮기며 올라야 했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고, 그저 바로 앞의 발 디딜 곳을 물색하고 팔을 올려 난간을 잡고 다시 발을 옮겨 딛고, 끝이 없는 길은 없다. 정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칠성봉을 향해 내려갔다.

트렉을 다녀와서 후기를 다시 찾아보았다. 올려진 사진을 한 장씩 다시 보면서 두류봉 철난간의 무서움이 어디 숨어 있는지 찾아보았다. 있었다. 알고 보니 우람한 6봉 사진 속에 철난간이 길게 길게 있었다. 그래도 사진으로 보메 그리 길지도 경사가 급해 보이지 않아 실감하지 못했을 뿐.
지난 길은 되돌아보지 말자. 이미 지났다. 좀 멀찍해졌을 때 여유 있게 돌아볼 일이다.




10번째 봉우리 도전은 식은 죽먹기였다. 팔영산 정상 깃대봉에 전에는 군부대가 있었다고 한다. 물이 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곡강 마을로 돌아오는 택시 기사님께서 전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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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재를 거쳐 능가사 방향으로 하산길. 돌길이 이어지고 버스 시간에 맞추기 위해 속도를 냈지만, 3시 40분 버스를 포기하고 시골집 식당에서 파전과 도토리묵무침을 맛있게 먹었다.
크리스마스에 한 도전 트렉이라 처음으로, 탐방안내센터에 마련된 스탬프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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