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 월 11일 토요일 한라산에 다녀왔다. 살다 보면 지금 이곳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 있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찾고 싶은 곳 중의 하나가 한라산이다. 이번에는 관음사의 수많은 계단을 밟고 정상을 거쳐 성판악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따라 걸었다.
갑자기 찾게 된 한라산은 땅과 숲과 함께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본다는 것 그리고 아~~~~감탄할 수 있는 순간 속에 놓인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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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사 탐방 안내 센터에서 체온을 재고 큐알 인증을 한 후 등산로에 입장했다. 수리를 외며 걷다 날이 밝기 시작할 때쯤, 옆을 지나가던 한 사람이 ”아! 죽을 거 같애“ 라고 했다. 어둠 속에서 헤드 랜턴 불빛을 따라 수리를 외며 걷다 처음으로 들려온 말소리였다. 벌써? 아직 멀었는데......
어느 순간 죽을 것 같지만 살아서 도착하는 그곳. 그곳에서 난 무엇을 기대하는 걸까? 기대한 그 순간이 존재하기나 한 걸까? 아니면 그저 도착한 그 순간을 만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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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각현수교 앞에도 인증 사진 찍으려고 기다리는 줄이 길었다. 왜들 그럴까?
용진각 대피소를 지나 정상을 향해 가는 가파른 계단들을 오를 때마다, 능선의 푸르름과 파아란 하늘 하얀 구름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 보여준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눈이 얼음 결정체로 매달려있다. 춥지 않은 날씨로 흐르는 땀이 멈추지 않은 덕에 얼음보숭이를 여러 번 주워 입속에서 녹이며 깔딱이는 순간을 넘어섰다. 입안이 시원해지니 살 것 같다.














기나긴 계단이 마지막이었으면 간절해질 때쯤 갑자기 나타나 버린 정상. 성판악 쪽 계단까지 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정상 휴식처에 앉아 있는 이들보다 더 많은 수가 줄을 서 있다. 평일엔 볼 수 없었던 줄이다. 얼른 백록담을 담고 휴식처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으로 가져간 컵라면에 물을 붓고 기다리면서 몸을 움직이는 데, 허벅지에서 쥐가 난다. 어! 쥐가 여기서도 나네. 어떻게 하지? 이렇게저렇게 움직이는 사이 괜찮아지고 ”인생라면“을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마셔버렸다.







성판악 방향으로 내려서는 순간 백록담 인증사진 대기줄이 방해한다. 왜들 이럴까?
내려서고 몇 걸음 가지 않아서 만나는,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는 이들의 상기되고 고통에 찬 얼굴들!!!!! 너머로 나는 한가로이 내려선다. 1200m 이후에서부터 쌓여 있는 눈 때문에 좀 늦어지기는 했지만 아침 일찍 서둘러서 마음이 한가하다.
내려오는 길에 휴식도 중요하다. 잠시 허리를 쉬는 사이 실물 까마귀가 앞에 와서 앉아 있다. 먹을 것 달라는 표정이지만 모르는 척하고 모델비도 없이 사진만 찍었다.
그래도 난생처음 허벅지에 쥐가 나서 사라오름은 동행에게만 양보하고 진달래대피소에서 잠시 휴식했다.








하산길 마지막 대피소에서 가방 정리를 하고 긴 내리막을 시작. 이제부터는 눈도 없을 것이고 그저 걸어야 한다. 그래야 돌아갈 수 있으니! 시작한 곳으로.








드디어 날머리 성판악 탐방안내소에 도착했다.
다른 곳과 다르게 성판악탐방안내센터에는 쓰레기장을 운영하고 있어 가방 안의 쓰레기를 분리해서 내놓으니 가방이 한결 가볍다. 젖은 옷을 갈아입고 공항행 버스를 기다리며 성판악 주차장 너머로 보이는 오늘 내가 걸어 내려온 저 산을 보았다. 트렉을 종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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