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단풍은 아직 한달 가량 남았고 날씨도 오늘은 종일 흐립니다. 정읍은 이모댁이 있던 곳이라 어릴 적 어머니 손잡고 가끔 갔던 곳이고 기억은 흐릿하지만 단풍을 보러 내장산에 한두번 간 적은 있지만 산을 타러 가는 건 처음입니다.
트렉일자: 2021년 9월 25일(토)
트렉코스: 내장사 일주문-벽련암-서래봉-불출봉-망해봉-연지봉-까치봉-신선봉-연자봉-장군봉-동구리 (12km, 7시간). 내장산 8봉 환종주
날씨: 종일 흐린 것 말고는 평온해 보입니다. 바람도 초속 1~2m로 거의 없고.
교통편: 수서역에서 KTX로 정읍까지. 정읍역에서 내장사 탐방안내소까지 택시
가본 적이 없어 이번 트렉에 특별한 기대가 없다는 게 맞을 겁니다. 대부분 내장산을 단풍과 연관을 짓지만 아쉽게도 내장산 단풍철은 아직 한달이나 남았습니다. 과연 내장산엔 단풍 말고는 다른 특징이 없을까 하고 좀 찾아 보니 비자나무 숲이 눈길을 끕니다. 비자나무가 제주도가 아닌 다른 곳에도? 오호 이거 저한테는 새로운 발견입니다. 알고 보니 아열대 상록수인 비자나무는 인근 백양사 주변에도 큰 규모(약 5천그루)로 군락을 이루고 있고 내장사에도 숲이 있다는 군요. 흥미롭습니다. 트렉중 또 다른 새로운 발견을 할지 모르겠으나 오늘 내장산 트렉은 비자나무 숲을 기대하고 갑니다.
7시간 정도로 예상되는 그리 길지 않은 트렉이라 집에서 새벽밥을 먹고 6시40분발 SRT를 타니 8시15분에 정읍역에 도착햡니다. 정읍역에 내장사까지 버스로 갈까 택시로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택시로 정합니다. 버스는 결정적으로 내장산국립공원 입구까지만 가기 때문에 내려서 다시 택시를 타거나 셔틀을 타야 하는데 이번에 가보니 이건 비추입니다. 아침시간에 공원입구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없고 셔틀은 무슨 이유인지 운행을 안합니다. 걷는다고요? 음, 아침에 3km 가까이 되는 오르막 진입로를 걷는다는게…
택시를 타니 진입로를 거쳐 내장사 일주문 앞까지 갑니다. 시계를 보니 9시도 안됐습니다. 바로 가벼운 마음으로 비자나무숲이 있다는 원적암으로 향합니다. 날씨도 예보와는 달리 좋은데요. 가는 길에 산길이 예뻐서 몇장 찍습니다.
기대하던 비자나무숲에 다다릅니다. 근데 사실 숲은 좀 아니고 한 30그루가 모여 있는 작은 군락입니다. 그렇다고 '이게 뭐야' 는 절대 아닙나다. 모두 수령이 3-5백년쯤 되는 꽤 커다란 나무들로 존재감이 확실합니다. 비자나무는 1년에 1.5cm밖에 자라지 않는다고 하네요. 비자나무를 더 알고 싶으면 여기를 클릭. 겨울이면 주변이 온통 낙엽활엽수이니 그 존재감이 더 커지겠죠?
비자나무 길을 지나 계속 벽년암쪽으로 걷습니다. 벽년암은 아래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 원적암처럼 조그만 암자가 아니네요. 바로 뒤에 서래봉을 뒷배로 제법 너른 터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설명을 보니 원래 이곳이 내장사로 불렸는데 나중에 백련암, 그리고 벽년암으로 이름이 바뀐 역사가 있습니다.
당초 계획했던 8봉 종주를 시작합니다. 먼저 능선여 올라야 하니 초반에는 당연히 가파릅니다. 시작이고 아침이라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능선에 올라 아래 내장사를 보고 오늘 걸어서 거치게 될 봉우리들을 눈과 사진에 담습니다. 계속 이렇게 예보와 다른 날씨면 좋겠습니다. 내장산은 전반적으로 수종도 다양하지만 큼지막한 나무들이 많아 깊은 숲속에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내장산 능선 환종주는 일부 능선을 제외하곤 맞은 편 봉우리와 능선을 시원하게 바라보며 걷는게 특징이네요. 전망이 탁 트인 길의 연속입니다. 특히 반환점이라 할 수 있는 망해봉까지의 구간이 그렇슙니다. 멋집니다.
8봉중의 최고 높이인 신선봉이 763m 이고 제일 낮은게 불출봉이 622m이니 이 종주는 불과 몇141m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 한다고 생각해 비교적 쉬울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봉우리 사이의 골이 얼마나 깊은 지가 관건이죠. 내장산의 봉우리 사이 골은 그리 깊지는 않은데 서래봉에서 신선봉까지 완만한 경사가 있어 쉽지 않은 종주입니다. 게다가 8개를 거쳐야 하니.
중간지점인 망해봉을 지나니 날씨가 예보대로 갑니다. 그름 낀 흐린 날씨로. 전반 구간에 비해 조망도 덜 트이지만 덥지 않은 덕에 까치봉 신선봉 장군봉을 차례로 거칩니다. 내장산 봉우리들은 모두 바로 내장사로 하산하는 길이 있어 무리가 되면 언제든 하산할 수 있습니다. 전체 중주가 무리라면 원하는 만큼 끊어서 내장사에서 츌발해서 몇개 봉우리만 돌 수도 있다는 얘기죠. 실제 그렇게 타는 분들을 몇 분 보았습니다.
오늘 코스의 하산은 8봉의 끝인 장군봉에서 시작합니다. 전체 종주 코스에 사람이 많지도 않지만 신선봉을 지나면 거의 사람이 없습니다. 호젓합니다. 장군봉도 그렇고 하산 중간지점인 유군치도 그렇고 모두 임진왜란 당시 의병활동에서 유래된 지명입니다.
마침 쉬고 싶은데 편안한 쉼터를 마주칩니다. 반듯한 바위의 모양과 뒤의 소나무. 만나기 쉽지 않은 조합입니다.
다 내려왔습니다. 꽤 크고 시원하게 뻗은 편백나무와 단풍나무들로 눈이 시원해집니다.
하산은 하였지만 여기서 중요한 팁 하나. 하산을 모두 마치면 아래의 사진에 보이는 이정표를 보게 됩니다. 왼쪽이 내장사, 표시는 안돼 있지만 오른쪽이 내장산국립공원 입구쪽입니다. 왜 출구인 국립공원 입구가 표지판에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4시쯤 하산을 마치고 기차 시간인 6시48분까지는 시간이 좀 남은 터라 내장사를 둘러보기로 했지만, 그런 계획이 없는 분은 여기서 오른쪽으로 걸어서 쭉 공원 입구쪽으로 가셔야 합니다. 안그러면 저처럼 내장사까지 왕복 2km, 다시 공원입구까지 3km 총 5km를 흙길처럼 푹신하지 않은 단단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합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셔틀 운행 안합니다. 매표소 창구가 거미줄이 보일 만큼 운행 안한지도 꽤 된 것 같고, 안내문도 없습니다.
얼마전에 화재로 많이 소실된 내장사, 아니 내장사 주변은 아름답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안 것은 바로 내장사 단풍나무들. 여기 단풍 나무는 다른 데서 쉽게 볼 수 없는, 우람한 나무들이 많이 보입니다. 보호를 받고 있는 국립공원이라서 그런 건지 커다란 아름드리 단풍나무가 여전히 엄청난 잎을 달고 서 있는 게 많이 보입니다. 굳이 단풍이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도 단풍나무를 어린 나무부터 오래된 나무까지 모두 볼 수 있는 게 이 내장산 단풍의 특징일 것 같습니다.
오후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는, 아래 내장사 바로 앞 못만 보면 내장사가 입은 화재가 더욱 안타깝습니다.
내장사를 뒤로 하고 아래와 같은 길을 따라 공원입구, 그러니까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합니다. 이 나무들이 모두 단풍이 들면 정말 장관일 것 같습니다. 물론 사람도 엄청 나겠죠? ㅎㅎ
사진은 못남겼지만 공원입구에 오면 도로 양쪽에 약 20여개의 식당들이 즐비합니다. 큰 산 입구에 늘어선 식당들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음식 손 맛 좋기로 뒤지지 않는 정읍 분들이 하는 곳이니 그냥 문이 열려 있는 곳에 들어가 산채비빔밥을 먹었습니다. 아침에 정읍역에 내려 둘러보니 식당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아 역으로 출발하기 전 먹고 가기로 한 거죠. 그런데, 아마도 제가 지금까지 산행을 하고 먹었던 산채 비빔밥중 맛으로 가장 인상적인 곳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비빔밥도 그렇고 나온 반찬이 모두 맛이 없는 게 없더군요. 10,000원 내기가 좀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역으로 가는 버스 시간을 늦출 수 없어서 여유있게 못 먹은 것이 못내 아쉽더군요.
팁 하나 더 있습니다. 가는 길은 171번 버스를 타고 정읍역으로 가시길. 30분에 한 번씩 있으니 시간은 맞춰야 하는데 단풍철이 아니라서 그런지 버스가 한적하고 정읍시를 둘러보며 갈 수 있습니다.
오래된 나무와 울창한 숲이 주는 푸근함과 편안함. 단풍나무를 만끽할 수 있는 곳. 비자나무 자생지의 최북단. 내장산 8봉 종주코스는 여러가지로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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