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5일 토요일 명지산(가평)에 도전트렉을 다녀왔다.
백둔리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송악산(705m)~장수봉(929m)~연인산(1068m)~아재비고개~명지3봉~명지2봉(1250m)~명지산(1267m)~명지계곡~명지폭포~승천사~익근리주차장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따랐다.
동계 도전트렉이 시작되고 지난주까지는 멀리 보이는 바다와 바다 사이 산, 산과 산 너머 마을과 도시, 산 너머 산들을 원 없이 바라볼 수 있었다. 높이 올라야만 볼 수 있는 원경들은 저절로 마음을 열어주고 시원하게 해 주었다.. 매서운 바람과 추위를 견딜 만하게 해주는 아름다움이었다.
이번에 다녀온 명지산은 그동안 높이 올라 먼 곳에 팔려있던 시선을 다시 나의 한계와 직면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가까이 있는 것들을 살피며 공간의 이동에 따라 변하는 나무들과 온도의 변화를 드러내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관찰하는 기회가 되었다.
영하11도를 기록하고 있는 자동차의 온도를 확인하면서 해가 나면 좀 따뜻해지기를 바라며 출발했다. 백둔리 주차장에 가는 동안 보이는 주변 계곡물은 거의 얼어 있었다. 지난 주 백운산에서 한기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어 오늘은 발열조끼를 준비했다.
8시경 도착한 주차장에 몇 대의 차량이 있었고 소망능선을 탈 것이라는 두 분이 산행 준비를 하고 계셨다. 잠깐 지도를 확인하며 장수능선 방향을 잡고 이동했다. 연인산 정상까지 4.8km 정도를 올라야했다. 육산이라 힘들어도 열심히 걸으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도전을 시작했다.
장수고개와 갈라지는 지점에서 연인산 정상 방향으로 오르며 아직 눈이 쌓이지 않은 흙길을 걷는 것이 좋았다. 수리를 외며 걷다 길을 막고 쓰러져 있는 나무 등걸이 있어 눈을 들어 살펴보니, 아주 큰 나무가 네 가지로 갈라져 쓰러져 있었다. 한 뿌리에서 나와 어쩌다 네 가지로 성장하고 마지막에 갈라져 서로 다른 방향으로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첫 번째로 송악산이라 이름 붙여진 곳에 다다랐다. 숨을 잠시 돌리고 다시 걷기 시작.
두 번째로 장수봉에 다다랐다. 사진만 찍고 다시 걸었다.
소망능선과 합류하는 지점에 도착하니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쉼터가 있어도 혼자 걸을 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있다 다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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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이 예쁜 터널길이라는 안내판을 지나고 장수샘 표지도 지나고 연인산 정상에 도착했다. 내내 오르면서 땀에 젖은 겉옷을 발열조끼로 갈아입고 간단하게 요기도 했다. 등산객들이 연이어 몇 올라온다. 연인산 정상에서 둘레길로 연결되는 화살표가 두 방향으로 붙어 있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눈도 쌓이고 바람도 심해졌다. 명지산 방향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눈이 점전 많이 쌓인 내리막 구간을 지나니 아재비고개 갈림길이다.
이제부터 명지산을 향해 다시 오름길이 연속될 거라 마음을 다잡고 호흡을 깊게 하고 출발했다. 육산이라지만 그래도 산이라 간혹 바위구간을 지나기도 했다. 긴 내리막과 오르막 구간에 낙엽이 길을 흩어놓고 있을 때 가끔씩 나타나는 로프들이 이곳이 등산로라는 안심을 하게 해 주었다.. 명지산이 군립공원이라 국립공원에 비해 편의시설들이 많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땅을 느낄 수 있어서 좋기도 했다. 간혹 로프와 철난간이 있고 나무계단이 있었다. 눈이 점점 많이 쌓여 있다. 바람도 불기 시작해서 하얗게 눈가루를 날렸다. 어느새 흐리기만 하던 날은 간혹 싸래기눈을 흩뿌리기도 했다.
한 발 한 발 걸어나가면 저만치 있던 고개에 도착하고 명지3봉 이정표가 나타났다. 추위를 피해 식사를 하려는 등산객들이 있다.
다시 명지2봉을 향해 눈길을 걸으며 점점 이슬을 머금고 있던 나뭇가지들이 어느새 하얀 서리를 걸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오를수록 점점 눈꽃이 짙어지고 있었다.
명지2봉에서 명지산으로 향하는 길은 눈이 제법 많았다. 손으로 한 뼘을 훨씬 넘는 깊이로 쌓여 있었다. 그래도 먼저 지나간 이들이 남겨준 흔적을 따라가며 얼굴은 모르지만 ‘참 고마운 일이 하셨네’ 하는 생각을 했다. 혹 뒤따라오는 이들이 찾기 쉽게 발자국을 남기며 걷다 보니 명지산 정상이다. 이정표는 있는데 오른쪽으로 살짝 돌아간 곳에 정상석이 있었다. 하늘은 뿌옇고 싸락눈까지 날리고 있어서 사진만 찍고 하산을 생각했다.
조금 온 길을 다시 내려가면 짧은 길 5.4km, 정상에서 사향봉 방향으로 내려가면 6.4(실제는 7.4)km 사향봉 방향으로 내려가면서 길으니 가파르지는 않겠지 생각했다. 급경사 계단을 내려서고 한참을 눈 속을 걸으며 이 길을 걸어간 이들은 누굴까, 고마운 마음 가득했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 길의 흔적은 있었지만 눈이 높게 쌓여있었다. 몇 번을 미끄럼을 타며 내려갔다. 사향봉 감림길에 도착하고 익근리 주차장 방향으로 내려섰다.
구불구불 내리막길엔 눈이 사라지고 어느새 낙엽이 쌓여 있었다. 큰 나무가 쓰러져 길을 막고 있는 계단을 지나자 앞서 가던 이들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너덜 구간이 나타났다. 군데군데 리본이 달려 있긴 했지만 너덜길을 내려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길기도 하다. 흐린 날이라 3시를 넘어서고 있는 시간이지만 쉬이 어두워질까 겁도 났다. 그러니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수리에 집중하는 수밖에. 너덜을 지나고부터는 걸음을 빨리, 천천히 뛰는 속도로 걸었다. 드디어 명지봉1.2봉 오르는 가림길에 도착하고 이정표를 확인하니 아직도 3.4km 남았다. 그래도 이제부터 길은 확실하다. 참 부지런히 걸은 날이다. 어느새 명지폭포 이정표가 있다. 오른쪽 계단 아래인가보다. 계곡물은 이미 얼어 있다.
또다시 한참을 걷다 보니 커다란 부처님의 뒷모습이 보인다. 부처님을 보고도 한참을 내려가니 승천사 입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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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사를 지나고는 흙길이어서 그냥 열심히 걸었다. 드디어 군립공원 안내지도가 있다. 여기서 오늘을 열심히 걸은 날로 기억하며 도전트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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