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방하도전트렉 겨울프로그램중 마지막 여정은 100km에 이르는 태안반도 해변길중 몽산포항에서 시작, 백사장항에서 끝나는 솔모랫길과 다시 백사장항에서 시작해서 꽃지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노을길입니다.
- 트렉일자: 2022년 2월 26일(토)
- 트렉코스: 솔모랫길(몽산포 주차장 -> 청포대 -> 염전 -> 드르니항), 노을길(백사장항 -> 두여전망대 -> 밧개해변 -> 방포해변 -> 꽃지해수욕장). 약 26km.
- 교통: 자차로 몽산포 주차장. 트렉 종료후 꽃지해변에서 몽산포까지 버스(몽산포 해수욕장 주자장 출발 -> 남면에서 하차후 10분 도보)
- 날씨: 기온은 영상 7~9도. 날씨는 흐리고 대기질은 '나쁨'으로 나올 정도로 미세먼지가 있는 날. 바람은 초속 6~10m로 센 편.
제주 올레길이 생긴 이후로 우리나라 곳곳에 많은 둘레길이 생겼습니다. 태안반도 해변길도 그렇게 해서 조성된 길인 것 같은데, '태안 해변길' 사이트를 보니 만든 배경은 여름에만 몰리는 사람들을 좀 분산해서 해안사구 등 자연 훼손을 줄이고 태안 해변을 사시사철 찾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지자체와 지역민들의 의지와 바람일 듯 합니다. 좀 더 알려지고 시간이 흘러야 그 바람이 이루어지겠지만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해변을 따라 자동차 캠핑장들이 조성돼 있고, 캠핑이 대세인지라 아직 겨울인데도 이용객이 제법 보이고, 트렉중에 몇몇 구간은 캠핑 온 사람들과 같이 걷기도 했습니다.
바다라는 엄청난 매력. 수도권에서 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여행 온 맛 나는 거리. 해변인데도 울창한 곰솔밭이 많아 캠핑하기에도 걷기에도 괜찮은 길. 짧지 않은 두 구간을 걸어보고 드는 생각입니다.
태안해안국립공원 안, 태안 해변길로 들어갑니다.
사실 집에서 출발하기 전 해변길이니 대략 이런 풍광 정도를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걸어보니, 아래와 같이 곰솔밭과 숲길도 있고, 해안사구 뒤로 습지도 있고, 밭과 논도 눈에 들어옵니다.
태안반도의 해변 모래는 언제봐도 정말 곱습니다. 오래 전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에서 잠시 머문 적이 있는데, 그 때 왜 사람들이 슬리퍼를 신고 해변을 걷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태안 해변의 모래는 버려진 인공물로 발이 다칠 수는 있어도 절대 모래로 발이 상할 염려는 없습니다. 오히려 맨발로 맨살로 그 부드러운 모래의 촉감을 오롯이 경험하고 싶어집니다.
거의 모든 곳이 해발 "0"에 가까운 해변길을 걷다 보면 가끔 "높은" 곳이 나타납나다. 그래봤자 고도 몇 십미터의 언덕 정도 되는데 그런 곳엔 아래 사진처럼 전망대가 있습니다. 그런데, 태안 해변길엔 이런 높은 전망대도 있지만 바다가 거의 같은 눈높이에 들어오는 전망대도 있습니다.
이런 곳들이죠. 걔중에는 공원관리소에서 만들어 놓은 곳도 있고, 길을 걷다 보면 잠시 숲길에서 벗어나 바다를 향하고 싶게 보이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곰숲을 뒤로 하고 바다를 내 눈높이로 바라보는 경험은 특별합니다. 100km에 이르는 태안 해변길에는 아마도 이런 곳들이 많을 것입니다. 두 구간만 걸었는데도 여럿을 발견했으니까요. 각자 걷다보면 왠지 내 마음에 꼭 드는 그런 전망대를 발견하게 될 겁니다. 그 곳이 사람이 별로 찾지 않는 곳이라면 진짜 어느때라도 태안 해변이 주는 분위기가 필요할 때 '나의 그곳'을 향해 갈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곰솔. 곰솔숲. 오늘 걸으면서 자주 마주쳤습니다. 어찌 이리 소금기가 가득한 바닷가에 저리 푸르름을 유지하면서 버티고 있을까요? 알고보니 곰솔은 내염성이 강한 나무중의 하나입니다. 이 태안 해변길엔 해당화도 많이 자란다고 하는데 해당화 역시 소금기에 잘 버티는 식물이라고 합니다. 나무의 내염성에 대해선 아래 자료를 읽어 보시면 좀 더 이해가 됩니다.
내염성이긴 하지만 곰솔의 껍질을 보면 바닷가가 분명히 거친 환경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내륙에서 자라는 소나무의 껍질은 무늬가 곱고 뚜렷한데, 사진에서 보이듯 곰솔의 피부는 사정없이 거칠어 보입니다. 그야말로 최전선에서 거친 환경을 버텨내면서 어쩔 수 없이 얻게 되는 '분투의 흔적'입니다.
가끔 이런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다 언덕 안쪽을 보면 곰솔만 보이던 식생이 갑자기 다양해집니다. 언덕이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소금기, 바람과 같은 바닷가의 가혹한 환경을 막아줄 만한 높이인가 봅니다. 이런 곳 말고는 큰 나무는 죄다 곰솔뿐입니다.
곰솔도 많이 보이지만 태안 해변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해안사구(해변 모래언덕)의 길입니다. 이름에 담긴 뜻은 '해안가의 모래언덕' 정도이지만 그 기능을 보면 해안사구 덕택에 주변의 다양한 지형이 생길 수 있었고, 보존되기도 하고, 그 덕택에 여러가지 생물과 사람들의 생존/생활 공간이 만들어지기도 하네요. 좀 더 이해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표지판과 국립환경과학원 자료, 관련 기사 링크를 첨부합니다. 왜 해안사구를 보존하려고 꾸준히 예산을 투입하고 노력들을 하는지 알게 됩니다.
생각보다 길어진 트렉을 마칩니다. 구름이 조금만 덜 했으면 이 꽃지해수욕장까지의 구간이 노을길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는지 더 쉽게 공감이 갔을텐데, 이 정도로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꽃지해변에 도착하니 이미 5시를 넘어, 일몰까지 1시간여 밖에 안 남았는지라 해는 벌써 지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멋진 트렉입니다.
아, 끝으로 왜 태안반도로 불리는지 아래 사진 한장 보면 금방 이해가 됩니다. ㅎㅎ
'지나간 기록 > 도전Trek 송영주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하도전트렉 27번째(봄) - 전남 여수 금오도 비렁길(1코스 -> 5코스) (0) | 2022.03.18 |
---|---|
방하도전트렉 26번째(봄) - 전북 완주군 장군봉/대아호 (0) | 2022.03.11 |
방하도전트렉(겨울) 24번째 - 영암 월출산 종주(천황사 입구 -> 도갑사) (0) | 2022.02.25 |
방하도전트렉(겨울) 23번째 - 여수 돌산 종주(돌산공원 -> 향일암) (0) | 2022.02.18 |
방하도전트렉(겨울) 22번째 - 부안 내변산 종주(남여치 -> 굴바위) (0) | 2022.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