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23일 토요일, 중생대 백악기 후기 8700~85008700~8500만 년 전에 생성된 주상절리가 곳곳에 우뚝 솟아 있는 광주 무등산에 다녀왔다. 원효 분소에서 시작하여 늦재~ 바람재~(+장군봉갈림길2km) 토끼등(지오트레일 2구간 3.2km)~ 봉황대~ 천재단삼거리~ 중머리재~ 중봉~ 목교쉼터~ 신선대~ 입석대~ 장불재(지오트레일 1구간 3.2km) ~석불암~ 규봉암~ 시무지기삼거리~ 신선대 억새 평전~~ 꼬막재~ 무등산장~무등산장~원효 분소 약 18km , 8시간가량 읽기 트렉 하였다.. 지질명소로 지정된 덕산 너덜,, 서석대, 입석대, 장불재를 가까이서 의미 있게 살펴본 트렉이었다.
코로나-19 상황 이전에 토요트렉 진행을 위해 방문했을 때는 광주에 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무등산에 다녀가는 것뿐이려고 애썼다. 올 9~10월 들어 업무 관련하여 광주 출장이 잦았다. 주로 광주 도심에서 활동을 하고 돌아가곤 했다.
40여 년 전, 광주는 평범한 모범생이었던 20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산 역사로 내게 찾아왔다. 의식은 명료하지만 숨이 쉬어지지 않아 ‘아, 사람이 이렇게 죽어가는구나’ 라고 생각했던 두 번의 순간 중 첫 번째 순간이 소환하는 도시가 바로 광주다.
10.23일 도전 트랙은 지금의 광주와 나의 삶을 연결하는 시간이었다. 뜻밖의 선물처럼 방하트렉이, 도전트렉이, 무등산이 나를 이런 시간 속에 던져 넣은 것처럼 느끼며 걸었다.
오늘 트렉은 길이가 길어 아침 일찍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출발 전 터치와 경행, 준비운동까지 마치고 밀도 두 끼 분량을 준비했다. 오랜만에 코로나 –19 상황에도 요금을 받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만큼 무등산은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겠지.
국립공원 원효분소 입구를 지나자 곧바로 왼편으로 지오트레일 1구간 시작길이 있고 오른편으로는 옛길 안내표지가 있다. 가운데 포장된 길을 따라 토기등까지 쭈욱 걸으면 된다. 그래도 내내 오르막이다.
늦재를 거쳐 바람재에 이르러서 잠시 바람이 났다. 바람재에서 살짝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길이 너무 좋아 보여서 ––바위 없고 약간 오르막 내리막이고 오솔길이어서 장원봉 갈림길 표지판이 나올 때까지 1km를 걷다 다시 돌아왔다. ‘이런 길은 하루 종일 걸어도 좋겠다’
토끼등을 향해 다시 방향을 잡고 걷자 나타나는 지질명소 덕산 너덜과 너덜강약수터, 약수터는 음용 금지다. 잠시 걷다 보니 토끼등이다. 소리정 팻말의 쉼터가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술길로 접어든다. 500m지점에서 봉황대를 지나자 무등골무명혼탑비와 비문, 돌탑이 발길을 잡는다. 잠시 잊혀진 이들의 목숨을 기억하며 이 순간의 나와 연결한다.
천재단갈림길에서 중머리재 방향으로 오르다 보니 백운암터와 휴식공간이 있고 이내 중머리재에 이른다.
중머리재엔 다른 세상처럼 사람들이 많다. 방금 전까지 내가 걸어온 길에서는 내려오는 이도 오르는 이도 없이 나홀로 걸었다. 아마도 다른 이들은 내가 걸어온 길보다 더 걷기 쉬운 연두색길을 따라왔을 가능성과 다양한 등산로가 개발된 무등산 국립공원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부터는 트렉 중반, 중봉을 거쳐 서석대로 올라 무등산 정상을 바라보고 입석대를 거쳐 장불재로 하산 코스다. 지오트레일 1구간이고 지질명소가 집중된 구간이다. 8700만 년 전에 형성된 지질명소를 따라 걷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그저 서 있는 바위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럼에도 사람에 사람이 이어지고 오르고 내리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중봉에 올라 광주시내와 주변 고을들을 살펴보기도 하고 목교로 가는 억새 평전을 걸으며 편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군부대가 떠나고 복원된 자연은 편안한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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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가 이전하고 복원된 억새평전
서석대와 입석대의 주상절리는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8700만 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이렇게 남아 있다. 그리고 오늘 이 많은 이들을 이곳으로 걸음 하도록 하고 있다. 나는 하산길이지만 입석대를 향해 오르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이들의 행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섯 갈래 길이 있는 장불재에서 점심 요기를 하며 휴식을 취하고 석불암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장불재쉼터를 지나 한참 너덜길을 걸어 오르니 햇살 따스하게 받고 있는 정겨운 석불암자에 도착하고 스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마애불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사탕도 권하신다. 내가 가진 초콜릿도 권해드렸다.
그리 멀지 않은 규봉암을 향해 또 너덜길을 걸었다. 그래도 길은 길이라 다져져 있고 발길에 닳아 길의 표시를 하고 있다. 산 모퉁이를 지나자 가파른 계단 앞에 웅장하게 나타나는 규봉암 돌벽. 이른 오후 햇살을 받고 있는 암자와 주상절리가 잘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다.
오래 걸어 퉁퉁해진 신발을 벗고 잠시 부처님께 인사를 드리고 신발을 고쳐 신었다. 내가 부처님께 절을 올리는 순간 들어온 다른 이는 관음전 안에 동서남북 네 곳에 놓인 불전함을 먼저 돌고 절을 올린다. 하나의 전 안에 보통 1~2개의 불전함을 보았는데 이곳은 동서남북 4개와 음식상 앞에 1개까지 모두 5개가 있다.
자주 계속되는 돌길과 가끔 나타는 산죽길을 걸으며 시무지기갈림길을 지났다. 이상하게 계속되는 오르막 같은 꼬막재 가는 길을 걸으며 신선대갈림길에서 억새평전을 살짝 지나서 또 걸으면 꼬막재가 기다리고 있다.
토요트렉 때 왔던 기억이 생생한 곳이다. 꼬막재에서 마지막 휴식을 하며 바위에 앉았다. 꼬막재 오는 길에 나와 반대로 오르는 이들을 간혹 보기는 했는데, 잠시 쉬는 사이 뒤미쳐 오던 이들이 멈춘다. 젊은 남녀가 둘 다 무릎이 아픈 지 꼬막재 비상약상자를 오래 들여다본다.. 뿌리는 파스라도 있으면 전화하려 찾았는데, 없다며 내려간다.
좀 한적한 하산길이었는데,, 트렉하면서 처음으로 내가 앞서는 사람들이 생겼다. 내리막길에서 무릎이 아프면 참 불편하고 고통스러운데.....
자연애문을 통과하면서 공식적인 등산로는 끝이 났다. 팔단금으로 마무리하고 산길샘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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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을 통해 오늘이 있기까지 나의 역사를 더듬어보는 그저 ‘길과 나’에 만 집중하는 걸음이어서 좋았다. 드디어 국립공원 인원 체크 관문을 통과하고 나니 잠시 안도한다. 오늘 트렉은 길이가 긴데 걸음이 늦어질까 걱정이 있었다. 지난 주왕산 트렉 때 몹시 힘든 순간이 지나고 뭔가 좀 달라졌나 보다.. 아무도 없는 평평한 곳에서 팔단금으로 몸과 마음을 다시 정리하고 남은 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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