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에 군 입대후 신병훈련을 받던 중 완주군 고산 유격장에서 훈련을 받던 시간이 아련한데 그 아련한 기억중에 유격장 주변의 수려한 산세와 넓게 펼쳐진 거대한 호수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 있습니다. 오늘 트렉으로 오른 산은 전라북도 완주군에 있는 장군봉인데, 지도를 보니 고산 유격장이 있던 운암산이 멀지 않고, 장군봉에 올라 보니 주변 산세 또한 오래 전의 기억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곳 장군봉에 군의 산악 훈련장이 있는 것도 젊었을 때의 기억을 소환합니다.

 

  • 트렉일자: 2022년 3월 5일(토)
  • 트렉코스: 완주군 동상면 구수마을 주차장 -> 장군봉 -> 성봉 -> 장군봉 -> 북장군봉 -> 해골바위 하산 이정표 -> 해골바위 -> 구수마을
  • 교통: 자차
  • 날씨: 트렉 시작 시점인 아침 9시경엔 영상 3~4도, 오후 들어 영상 10도 주변. 전체적으로 해가 좋은 날씨이나 미세먼지가 다소 있어 원경은 좀 흐린편. 바람은 초속 5~7m로 정상부 주변에선 좀 센편.

 

대략적인 코스 구성

 

장군봉이 소재한 완주군 동상면을 검색해 보면 1970년대 '전국 8대 오지중의 하나였다'라는 말이 수식어로 붙습니다. 전국 8대 오지가 언제 어떻게 가려졌는지는 쉽게 찾아볼 수 없으나 군의 유격 훈련장이 위치해 있다면 주변에 사람들이 별로 살지 않는 곳이면서 훈련할 만한 산악 지형이 있다는 반증입니다.

 

실제 코스 구성도 장군봉까지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고, 정상(752m)을 200여미터 앞두고는 대부분 암벽구간이면서 정상부 주변이 모두 가파른 암벽입니다. 그렇다고 겁을 낼 필요는 없는 것이 바위 구간 곳곳에 등산 하산을 도울 안전 시설물(밧줄, 쇠줄, 플라스틱/강철 디딤판)들이 잘 설치돼 있습니다. 관리도 되는 것 같구요. 다만, 정상부에서 하산할 때 조심하지 않으면 안전을 위해 설치해 놓은 강철 디딤판에 머리나 다리를 부딪힐 염려가 있으니 이것만 조심하면 되겠습니다. 정상부의 위험한 하산 구간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코스이며, 정상부를 지나면 길도 바위보단 흙이 많은 육산 지형으로 바뀌고 평탄한 능선으로 이어집니다.

 

정상까지 오르는 시간도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 안돼 시간이 되면 저처럼 장군봉 정상에서 운장산 방향까지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갖다 와도 좋을 듯 합니다. 장군봉 정상에서 운장산 방향으로 보이는 첫번째 봉우리가 성봉이란 곳인데 여기까지 왕복 3km 남짓입니다. 지형도 대부분 흙길이라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습니다.

 

너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트렉의 원점인 구수마을을 파노라마로 잡아 보았습니다. 10여가구나 될까요? 등산로 입구까지 한 10분 걸으며 마을을 통과하게 되는데 보이는 밭들은 대부분 좀 규모가 있어 보입니다. 멀리 장군봉에서 이어지는 능선도 보입니다.

 

오르막이 시작되기 전에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마을로 흘러오는 곳입니다. 왼쪽은 아침나절, 오른쪽은 오후 햇살이 가득한 때입니다. 햇빛의 양과 각도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본격적으로 바위 지형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저 아래 구수마을 전경이 들어 오구요. 바위 표면은 적당히 거칠해서 건조한 날씨에는 굳이 밧줄이 필요 없을 정도로 등산화 바닥이 잘 붙습니다.

 

좀 더 기온이 높고 바람만 잔잔했으면 이렇게 마냥 앉아 조망을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정상까지 오르는 길에 두어군데 보입니다. 원경과 근경이 모두 들어오는, 시원한 조망을 주는 곳들입니다. 

 

1시간 좀 넘게 올라오니 벌써 능선이 눈눞이에 걸칩니다.

 

장군봉 정상은 아래에서 보면 커다란 투구 모양의 암봉입니다.

 

실제 정상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주변의 험한 산세와는 아랑곳 없이 평탄한 지형이 평온한 느낌을 줍니다. 

 

생각보다 너무 이른 시각에 정상에 올라 바로 하산하기보다 좀 더 걸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산 방향과 반대 방향이 운장산으로 향하는데 우선 눈에 보이는 첫번째 봉우리(성봉)까지만 가보자는 마음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성봉으로 가는 길 중간쯤에서 바라 본 장군봉입니다. 오르는 사면이 바위 지형이라는게 확실히 보입니다. 경사도도 30~40도 돼 보이구요. 

 

사진으로만 보면 따스한 햇살 속에 한가~롭고 평온해 보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 구간도 바람이 계속 있습니다. 

 

성봉으로 가는 길에 눈길을 끄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밤목리라는 마을을 가리키고 있는데, '전기없는 마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좀 흥미가 생겨 실제 하산후에 차를 몰고 찾아가려 했지만 주변 지리를 모르면 차로 가기에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갈 수 있었으면 최소한 전기줄 없는 마을 풍경을 담고 싶었는데. 

 

 

성봉에 도착했습니다. 길도 편안하고 모두 흙길이어서 별 어려움없이 올라왔는데 높이는 장군봉보다 살짝 높습니다. 정상부 주변은 꼭 야산 같은데요. ㅋㅋ

 

성봉까지는 갔다가 다시 장군봉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이제 하산해야 하는데 아쉬워 먼 산들을 다시 눈에 담아 봅니다.

 

길지 않아 보이는 저 능선만 타면 실제 내리막인데, 장군봉 정상에서 능선을 타라면 아래 사진 왼쪽에 보이는 것처럼 꽤 가파른 바위 사면을 내려가야 합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이 구간이 제일 가파라서 조심하지 않으면 다칠 수 있는 곳입니다. 

 

이후부터 내리막 하산길이 시작되는 지점까지는 약 1.5km의 편한 능선입니다. 장군봉보다 낮은 봉우리를 두 곳 더 만나지만 힘들지 않게 넘을 수 있습니다.

 

가는 길에 이런 재미있는 모양의 바위도 보게 되고.

 

소나무도 그렇지만 굴참나무도 파란 하늘 배경과 참 잘 어울리는 나무입니다. 이 산엔 능선을 포함 하산하는 길에 유난히 굴참나무가 많이 보입니다. 보통 능선의 척박한 땅에선 참나무중 신갈나무가 많이 자란다고 하는데 여기는 예외입니다. 산의 높이나 토질에 따라 어떤 종류의 참나무가 자라는 지는 이 글에서

 

능선을 1.5km 걸어와 이 표지판을 만나면 이제 아쉽게도 진짜 하산입니다.

 

하산길을 내려가다 해골바위에 닿기 전 만나는, 쉬어가고 싶은 전망대입니다. 산의 중턱 높이에 해당하지만 앞이 터질 만큼 터져 있습니다. 

 

해골바위 혹은 '용 뜯어 먹은 바위'입니다. 화강암같은 바위 표면에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이런 구멍을 타포니(Tafoni)라고 한답니다. 링크된 위키문서의 내용을 보면 타포니는 구경 지름이 작은 건 1cm에서 큰 건 1m를 넘는 것도 있다고 설명돼 있는 걸 보면 이 장군봉의 바위는 타포니 크기에서 월드클래스입니다. 해골바위에 사람이 붙어 있는 모습은 여기에

 

구수마을엔 아담한 시냇물이 흐릅니다. 이 작은 시냇물 하나로 마을이 마을같이 보입니다.

 

오늘 장군봉 여행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런데, 산행중 봤던 '전기없는 밤목마을'을 찾아나서지 않았으면 그대로 오던 길로 돌아서 집으로 갔을 겁니다. 그렇게 안한 게 너무 다행입니다. 어찌하다 보니 봉동읍쪽으로 향해 가던 길에 그림같은 경치를 품고 있는 대아호와, 대아호의 물이 흐르는 마을, 수령 2백년의 거대한 느티나무가 줄이어 서 있는 마을을 구경하는 호사를 누립니다.

 

저도 차로 지나다가 잠시 정차하면서 눈팅 정도만 한 것이라 사진만 몇 장 남깁니다. 다음에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들입니다.

 

충주호를 많이들 아름답다고 합니다. 제 눈엔 대아호가 더 수려해 보입니다. 둘레 도로가 20km 정도 된다고 하는데 여기에 자전거길을 만들어 놓았으면 진즉 자전거족들의 명소가 됐을 겁니다. 둘레 도로 전체가 빼어난 경치로 가득해 이런 곳은 자동차 보다는 자전거로 돌면서 보아야 경치를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오래된 커다란 느티나무가 나홀로 서 있는 모습은 가끔 보는데 이런 거대 느티나무들이 마을에 늘어서 있는 모습은 처음입니다. 고산면 소향리 안남마을이란 곳입니다.

 

여기는 봉동읍의 종암마을이라는 곳입니다. 대아호의 물이 마을을 관통하고, 그 옆엔 길고 널직한 갈대숲이 자리하고, 주변엔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습니다. 시간만 있었으면 더 머물며 거닐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장군봉을 오를 때만 하더라도 좀 밋밋했는데 뜻밖에도 산, 호수, 마을의 아름다움을 건지는 꽉 찬 여행이 됐습니다. 완주군의 숨겨진 아름다움도 새로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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