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35일 계룡산에 다녀왔다. 경칩일이었다. 동학사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천정탐방지원센터~문골 삼거리~큰 배제~남매탑(상원암)~삼불봉~자연성릉~관음봉~연천봉~갑사~갑사 주차장에서~문골삼거리~큰배제~남매탑(상원암)~삼불봉~자연성릉~관음봉~연천봉~갑사~ 트렉을 종료했다. 총 이동거리는 10.26km, 5시간 좀 넘게 걸렸다. 

절기상 개구리가 동면에서 나온다는 경칩날이었다. 날이 풀리고 있어서인지 젊은 등산객이 많았다. 주차장에서 등산 채비를 하는 무리가 여럿 있었는데, 어느새 사라지고 천정탐방지원센터 이정표를 찾아 오르기 시작했다. 저만치 보이던 이들은 순간 모습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나는 나지속으로 생각하며 차분하게 수리를 발걸음과 호흡에 맞춰 걸었다.

경칩이라 그런지 눈도 얼음도 녹아 걷기에 좋은 땅이었고 오는 봄을 막으려는 듯 바람이 세차게 불어댔다. 자연성릉에도 눈이나 얼음이 없어 바람맞으며 여유롭게 낭떠러지 너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갑사를 지나 황매화마을에서는 경칩을 기념하는 개구리들의 울음소리와 낳아 놓은 알덩어리를 실제로 보고 들었다.(그런 개구리의 소리와 알들의 모습은 처음 봄) 갑사 화장실 가는 입구 한편에 딱 한 송이 핀 복수초도 반가운 날이었다.

동학사주차장에서 식당거리를 좀 걷다 보면 오른편으로 천정탐방지원센터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다. 흙길로 시작된 길을 조금 오르다 보면 돌로 된 계단과 돌길이 나타나기도 하고 흙길이 반복해서 나타난다. 문골입구에 도착하고 나니 앞서던 이들이 안 보이고 나만 덩그러니 걷게 되었다. 소란스럽지 않고 한적하니 좋다. 큰배재 삼거리를 지나 남매탑 삼거리까지 긴 오르막을 오르며 그간 얼마나 가벼워졌을까?’하는 생각이 떠올라 내내 함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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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탑엔 이미 많은 이들이 도착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남매탑의 유래도 읽어보고 상원암 부처님께도 인사를 드렸다.

 

 
 

여기서 동학사로 내려가는 이들도 있고 삼불봉으로 오르는 이들도 간혹 있다. 삼불봉 직전에 관음봉으로 우회하는 길이 나있고 안내표지도 있다. 삼불봉으로 올라 멀리 바라보니 가슴이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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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오던 길로 가는 이들이 대부분이고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내려가는 이는 나뿐이다. 이제부터 한적하게 걸을 수 있겠다 싶다.. 멀리 관음봉 정자가 까마득하게 보이고 아주 긴 자연성릉이 기다리고 있다. 내려가는 계단에서 바라보니 굽이굽이 마다 데크길이 보인다. 계룡산을 찾는 많은 이들이 이곳 자연성릉을 걷기 위해 온다고 한다. 그나마 날이 풀려 산 북쪽으로 난 길이지만 미끄러운 구간은 없었다. 겨울철에는 눈이 녹지 않아 몹시 위험한 구간이라고 한다. 가끔 교차하는 이가 있었을 뿐 대부분 관음봉을 오르기 위해 이곳을 지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자연성릉을 걷고 나면 기다리는 관음봉 오르는 길고 긴 철 계단. 바람이 심하게 불어 살짝 한숨을 한번 쉬고 천천히 꾸준히 올랐다. 길은 끝이 있기 마련 드디어 땅을 밟고 난간을 따라 조금 걸으니 정자가 나타나고 딴 세상 같다. 다른 길을 통해 올라온 이들이 여기저기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하고 있었다. 연천봉 방향 길을 물어 계단을 내려 걷다 보니 갈림길이 나타나고 오른쪽 방향이 연천봉 가는 길이다. 이 삼거리에도 사람들이 제법 있다. 갑사에서 연천봉을 오르고 관음봉을 오르려고 오는 이들이 조금, 동학사에서 관음봉을 오르려고 오는 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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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햇볕이 드리는 길을 걸으니 연천봉고개삼거리에 여럿이 쉬고 있다. 왼편으로 200m오르면 연천봉, 오르니 전망대가 있고 여기도 점심을 먹고 휴식하는 이들이 있다. 나도 전망대 아래 바람 없는 자리를 잡아 컵라면에 물을 부어 놓고 다시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살폈다. 산 아래엔 호수도 있고 나지막한 집들의 마을들이 있고 다른 한편엔 아파트들이 성을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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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산길 시작이다 갑사 방향으로 내려서니 좀 가파른 돌길이 길게 이어졌다. 천천히 한 발 한 발 내려 걷고 있는데, 갑사에서 올라오는 이들 둘이 스쳐 지나간다.. 그래도 아무도 없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생각하며 걷다 보니 흙길이 나오고 갈림길에 갑사가 가까워졌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갑사를 바로 앞에 둔 지점에 약사전에는 돌부처님께 빌고 있는 이들도 보인다.

오래 전에 왔던 갑사보다는 건물 수가 많이 늘었다. 시절의 영향이겠지만 예전처럼 소란스럽지 않아 좋았다.

예전에 없던 자연관찰로와 무장애 탐방로를 지나 화장실 입구에서 노랗게 핀 복수초 한 그루가 눈에 띄었다. 반가웠다. 땅에 딱 붙어 피었지만 노오란 색이 환했다. 꽃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그런 때가 됐나? 새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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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못 미쳐 황매화마을을 조성해 놓았다. 오래 전에는 음식문화거리만 있었는데. 황매화마을 입구에 도착할 즈음 들리는 소리를 따라 가보니 세상에 얕은 저수지 같은 곳에 새까만 개구리가 수십 마리 뛰고 있었다. 한쪽에는 개구리 알덩어리가 있다. ‘개구리도 알 낳으면 많이 아픈가, 누가 해칠까 겁주느라 소리를 저렇게 내나?’ 등등......여기서 수리를 그만하면서 트렉을 종료했다.

 

 

경칩날 나온 개구리들이 알을 낳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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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5일 토요일 전북 부안에 위치한 변산반도 국립공원에 다녀왔다. 남여치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쌍선봉~ 월명암~직소폭포~재백이고개~관음봉~세봉~와룡소~굴바위에서 마치는 15km 정도 거리를 걸었다. 변산반도국립공원 중 내변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최근 2~3년 내에 자주 다녀온 곳이다. 남여치에서 내소사로, 내변산에서 관음봉코스를, 내변산에서 굴바위 코스를 각각 진행했다. 이번 도전트렉은 세 번 정도에 나누어 진행할 코스를 하루에 연결하여 걷는 것이 목표였다. 나름 기대되었고 염려도 되었다, 전날 저녁부터 내리던 눈이 쌓여 있고 새벽부터 내내 눈이 내리고 있었다. 멀리에서 온 벗들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고 시작했다.

남여치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출발한 벗이 발자국을 내놓았다. 다행이다. 먼저 걸어간 이의 발자국이 있으면 조금은 안심이다. 마을 어르신 한 분께서 운동기구를 이용하여 몸을 풀고 계셨다. 어르신께 낙조대와 북재로 해서 재백이 고개로 가는 길에 대해 여쭈었다. 어르신께서는 전에는 다녔는데, 요즘은 등산로로만 다니는 것이 안전할 거라고 하셨다. 쌍선봉 넘어 서면 몇 군데 진입이 금지된 길들 중 하나일 거라 짐작되었지만, [5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질] 가능성은 배제하고 걷기로 결정했다. 비탐 코스가 된 그 길로 가면 복수초 군락지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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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여치 주차장에서 쌍선봉까지

 

쌍선봉에서 월명암

월명암에서 자연보호헌장탑

직소폭포에서 재백이 고개를 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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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명암에서 관음봉삼거리까지

관음봉과 세봉을 걸어 세봉삼거리에 도착하니 2시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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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봉,세봉, 내소사 전경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가마소 삼거리로 내리막길 시작. 하산길 초입에서 스틱을 조립하고 의지해야 했다. 아주 오래전에 걸었던 길이 아닌 것처럼 쇠 난간이 험하고 내리막 계단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지만, 쌓인 눈 때문에 자꾸 미끄러웠다. 다행인 것은 몸이 중심이동을 재빠르게 해서 넘어지기 전에 바로 서곤 했다. 매스밴드 데이터와 수리 집중이 가능하게 만들고 있나 싶다.

와룡소에서 굴바위까지 걸었다. 와룡소는 거의 꽁꽁 얼어 있었다.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뿐. 잠시 바라보고 곧바로 돌아서서 굴바위로 향했다. 굴바위까지 가는 길은 내내 이런 기분이었다. ’하얀 들개와 함께 산이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지 몰라. 조용히 흔적을 남기지 말고 지나가자.‘ 한 편에 개울이 흐르고 그 옆으로 난 돌길은 산죽들이 주변으로 물러서 있어서 길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마치 야쿠시마섬의 시간의 숲(영화 모노노케 히매의 배경)이 연상된다. 7200년 된 삼나무와 산은 없지만. 두세 군데 얕은 개울을 건너 끝이 없을 것처럼 이어진 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그저 텅 비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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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소삼거리를 지나 와룡소삼거리에서 굴바위로 향하는 숲길

그저 걷다 발이 오르막이 시작되었음을 알 때쯤 용각봉 삼거리에 오르는 계단이 나타난다. 용각봉 삼거리에서 곧바로 굴바위로 내려가는 돌길이 시작되고 900m 정도 편안하지만 돌로 된 길을 걸어 내려가면 왼편에 작은 나무다리가 나온다. 굴바위 가는 길을 연결한 다리다. 약간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갑자기 대숲이 나타난다. 이 대숲 너머에 굴바위가 있다. 굴바위는 우동저수지 건너 감불 마을에서 보면 산봉우리 전체가 바위로 보인다. 그 봉우리 아래 가운데 부분이 동굴 출입구다. 가을엔 붉은 담쟁이가 온통 뒤덮어 붉은 바위로 보인다. 눈 내리는 눈 쌓인 굴바위도 고즈넉하다. 정감록의 시대에 역할을 한 굴바위는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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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바위와 대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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