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5일 토요일 전북 부안에 위치한 변산반도 국립공원에 다녀왔다. 남여치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쌍선봉~ 월명암~직소폭포~재백이고개~관음봉~세봉~와룡소~굴바위에서 마치는 15km 정도 거리를 걸었다. 변산반도국립공원 중 내변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최근 2~3년 내에 자주 다녀온 곳이다. 남여치에서 내소사로, 내변산에서 관음봉코스를, 내변산에서 굴바위 코스를 각각 진행했다. 이번 도전트렉은 세 번 정도에 나누어 진행할 코스를 하루에 연결하여 걷는 것이 목표였다. 나름 기대되었고 염려도 되었다, 전날 저녁부터 내리던 눈이 쌓여 있고 새벽부터 내내 눈이 내리고 있었다. 멀리에서 온 벗들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고 시작했다.

남여치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출발한 벗이 발자국을 내놓았다. 다행이다. 먼저 걸어간 이의 발자국이 있으면 조금은 안심이다. 마을 어르신 한 분께서 운동기구를 이용하여 몸을 풀고 계셨다. 어르신께 낙조대와 북재로 해서 재백이 고개로 가는 길에 대해 여쭈었다. 어르신께서는 전에는 다녔는데, 요즘은 등산로로만 다니는 것이 안전할 거라고 하셨다. 쌍선봉 넘어 서면 몇 군데 진입이 금지된 길들 중 하나일 거라 짐작되었지만, [5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질] 가능성은 배제하고 걷기로 결정했다. 비탐 코스가 된 그 길로 가면 복수초 군락지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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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여치 주차장에서 쌍선봉까지

 

쌍선봉에서 월명암

월명암에서 자연보호헌장탑

직소폭포에서 재백이 고개를 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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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명암에서 관음봉삼거리까지

관음봉과 세봉을 걸어 세봉삼거리에 도착하니 2시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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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봉,세봉, 내소사 전경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가마소 삼거리로 내리막길 시작. 하산길 초입에서 스틱을 조립하고 의지해야 했다. 아주 오래전에 걸었던 길이 아닌 것처럼 쇠 난간이 험하고 내리막 계단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지만, 쌓인 눈 때문에 자꾸 미끄러웠다. 다행인 것은 몸이 중심이동을 재빠르게 해서 넘어지기 전에 바로 서곤 했다. 매스밴드 데이터와 수리 집중이 가능하게 만들고 있나 싶다.

와룡소에서 굴바위까지 걸었다. 와룡소는 거의 꽁꽁 얼어 있었다.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뿐. 잠시 바라보고 곧바로 돌아서서 굴바위로 향했다. 굴바위까지 가는 길은 내내 이런 기분이었다. ’하얀 들개와 함께 산이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지 몰라. 조용히 흔적을 남기지 말고 지나가자.‘ 한 편에 개울이 흐르고 그 옆으로 난 돌길은 산죽들이 주변으로 물러서 있어서 길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마치 야쿠시마섬의 시간의 숲(영화 모노노케 히매의 배경)이 연상된다. 7200년 된 삼나무와 산은 없지만. 두세 군데 얕은 개울을 건너 끝이 없을 것처럼 이어진 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그저 텅 비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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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소삼거리를 지나 와룡소삼거리에서 굴바위로 향하는 숲길

그저 걷다 발이 오르막이 시작되었음을 알 때쯤 용각봉 삼거리에 오르는 계단이 나타난다. 용각봉 삼거리에서 곧바로 굴바위로 내려가는 돌길이 시작되고 900m 정도 편안하지만 돌로 된 길을 걸어 내려가면 왼편에 작은 나무다리가 나온다. 굴바위 가는 길을 연결한 다리다. 약간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갑자기 대숲이 나타난다. 이 대숲 너머에 굴바위가 있다. 굴바위는 우동저수지 건너 감불 마을에서 보면 산봉우리 전체가 바위로 보인다. 그 봉우리 아래 가운데 부분이 동굴 출입구다. 가을엔 붉은 담쟁이가 온통 뒤덮어 붉은 바위로 보인다. 눈 내리는 눈 쌓인 굴바위도 고즈넉하다. 정감록의 시대에 역할을 한 굴바위는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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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바위와 대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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