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12일 토요일 태안 해변길4,5코스 길을 걸었다. 몽산포해수욕장에서 출발하여 청포대해수욕장~드르니항~~ 백사장 포구~꽃지해수욕장에~드르니항~~백사장포구~ 이르는 대략 26km.

걸어야 할 길이 길어 아침 일찍, 터치를 하며 수리를 익히고 경행을 한 후 든든히 아침을 먹고 출발했다. 지난 번 원산도 트렉을 하기 위해 한번 가본 길이었다. 이른 시간이라 고속도로는 한산했고 안면까지 가는 지방도로도 막힘없이 순조롭게 도착했다. 몽산포해수욕장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오랜만에 홀로 걷는 길이라 마음을 다잡고 수리를 확인하며 해변길 방향(백사장항 13.5km) 이정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자동차야영장을 지나자 곧바로 해변이다. 물이 저만치 물러나 해변이 넓게 드러나 있다. 오늘 미세먼지 저감이 필요한 날이라더니 바다 끝은 많이 흐려서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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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산포해수욕장~솔모랫길

해변을 따라 난 길을 걸어가다 길이 잠시 사라졌다. 길이 저 건너로 이어질 것 같아 해변가 물길이 얕은 모래밭을 찾아 물에 떠 있는 스티로폼을 밟고 건넜다. 조금 풀길을 걸어가니 곧 다시 해변길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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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엔 기름유출의 흔적이 아직....

8시를 넘긴 시간이라 그런지 간혹 사람들이 해변에서 무언가를 잡기도 하고 걷기도 했다. 주로 소나무숲을 따라 길이 나 있었고 달라지는 해변의 모습을 보느라 지루하지 않았다. 보이는 것 마다 일상에서 보지 못한 풍경이라 사진을 좀 많이 찍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카메라를 손에 들고 걸었다. 그래도 찍는 순간에는 멈춰야 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의 깃대종 표범장지뱀 표롱이 조각상이 곳곳이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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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항을 향해 걷는 방향 왼편에 솔숲이 있고 오른편에 모래사구가 있고 그리고 해변이 펼쳐져 있다. 곳곳에 해안사구에 들어가지 말라는 금지 팻말과 왜 해안사구를 보호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별주부기념비도 지나고 독살체험장도 지나고 신온리 염전 마을을 지나며 철새 떼의 군무를 감상하고 길에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냉이를 보며 서산 염전에서 바닷물을 염전을 보내고 있는 아저씨의 작업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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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마을의 서산염전

 

제방길을 따라 걷다 시멘트포장도로에 남아 있는 멍멍이 자국이 재미있다. 그림 같은 나그네쉼터 바로 옆 초라해 보이는 할머니 집 앞 소박하지만 창의적인 의자와 생선 말리는 기구가 정겨웠다. 거기 모퉁이를 돌아서자 화려한 캐리비안리조트가 나타났다. 원주민의 삶과 외지인의 휴식이 이렇게 달라도 되나? 참 이상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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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과 외지인의 다른 삶의 모습

걷다보니, 비슷하지만 또 다른 솔숲이 나타나고, 청포대해수욕장을 지나 솔모랫길 종착지다. 드르느항이 나타나고 거대한 다리가 눈앞에 있다. 1119분 대하다리 중간에 섰다. 이 다리를 지나면 5코스 노을길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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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항포구

다리 어느 지점에서는 낚시하는 사람들과 밤샘 낚시를 하고 침낭 속에서 잠을 자는 이도 보였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도 여럿 지나쳤다. 다리에서 바라보니 백사장 포구의 드넓은 백사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철새들도 떼지어 날고 있다.

 

백사장항 포구를 이곳저곳 둘러보고 노을길로 접어들었다.. 생선가게 젊은 매니저가트레킹 마치고 돌아가실 때 꼭 들러주세요하며 인사를 건네, 나도 , 그럴게요라고 답했다. 뭔 생각으로 그렇게 답했을까? 자문하며 걷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답하자 그 젊은이의 얼굴에 웃음이 퍼졌었다.

 

노을길(꽃지해수욕장 12km)에 접어드니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이들이 종종 스친다. 해수욕장 입구를 지날 때마다 주차장에 사람들이 있고 해변을 걷는 이들도 있다.

해변을 지나는 동안 백구 두 마리와 해변에서 놀고 있는 아저씨가 있다. 백구의 엄마라 불리는 이는 연을 가지고 와 날리며 뛰고 즐거워한다. 마구 뛰어 다니는 백구가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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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구의 운동장이 된 해변

3봉 숲을 지나면서는 제법 많은 수의 사람들이 걷고 있다. 봉도 아닌 것 같지만 봉이라고 써놓으니 그런 줄 알게 된다? 솔숲이 좋다. 숲길이 꽤 길다. 표롱이 옆에서 요기를 하고 잠시 쉬었다. 해변길 안전쉼터도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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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숲길에 유일하게 열려있는 안전쉼터

무심코 해변길을 걷다 향긋하다. 기지포항 솔숲의 향이 진하다. 기지포항 해안사구가 잘 발달돼 있었다. 표롱이 옆에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출발할 때와 다르게 물이 들어와 해변은 조금 남았다. 햇살이 미세먼지도 밀어냈나보다. 솔숲은 깨끗했다. 다른 숲의 소나무에 비해 가늘고 쭉쭉 뻗어있었다. 길에 깔린 폭신한 솔잎이 어린 시절,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와 놀러 가기 전 해야 했던 땔감용 솔가지 긁어모으기를 떠오르게 했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어린 시절 살던 그 집 햇살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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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해안국립공원 깃대종 표롱이, 해안사구를 왜 보호해야할까요?

기지포해변을 지나는 지점 예쁜 카페에 들러 따뜻한 까페라떼 한 잔을 주문하고 고된 다리를 쉬었다. 장정교와 안면을 지나 두여 해변을 걸었다. 두여해변을 지나며부터는 간간이 야트막하지만 오르막이 있는 산길이 있어 땀이 좀 났다.

밧개를 지나며 오르막 끝에서 갑자기 나타난 염소 세 마리가 오르막 오르고 나니 안 보인다. 조금 내려가 보니 전망대에 숨어 있다 인기척이 그치니 다시 올라오다 나를 발견하고 가만히 서있다. 산길을 내려서니 마지막 해변이 나오고 나비의자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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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 만큼 내리막을 걸어 몇 번의 작은 고개를 넘고 방포 해변을 넘어 도착하니 모감주나무군락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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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주나무군락

길지 않은 모감주나무군락을 지나 모퉁이를 돌아서니 오늘 길의 끝이 저만치 있다. 이제 저 앞의 다리만 건너면 꽃지해수욕장 주차장이다. 해수욕장은 이미 물이 차서 해변에는 아무도 없다. 다리를 건너 마지막 사진을 찍으려는 데 , 좌석버스다. 310분 출발하는 버스를 탈 생각이었는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302분이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돌아서서 마지막 이정표를 찍었다. 금새 버스가 사라졌다. ? 차도를 건너 주차장 쪽으로 가보니 왼편에 버스정류장에 서 있었다. 버스를 발견하고 트렉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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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지해수욕장(종점)출발 좌석시간표

330분 꽃 해수욕장(종점)에서(종점) 출발하는 좌석버스를 탔다. 버스기사님께서 유일한 손님에게 " 어디서부터 걸었어요. 운동을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니에요. 대개 백사장항에서 걸어오던데. 몽산포에서부터 걸어온 사람은 못 봤는데요." 하신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오늘 걸으며 지나쳐 온 해수욕장들이 하나씩 지나간다. 꽤 긴 거리다. 드디어 몽산포해수욕장 이정표가 나타나고 조금 더 지난 남면파출소 앞에서 355분 하차하였다. 길 건너 720m 걸어 4시경 태안해안국립공원 몽산포해수욕장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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