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Trek 백인옥님/2022년

호남 알프스 연석산 운장산 구봉산

백인옥 2022. 9. 21. 21:30

일시: 2022.09.17.  05:49~18:33

트렉코스: 연석산 주차장~연석산~운장산~곰직이산~복두봉~구봉산~구봉산 주차장

트렉거리: 17.36km

 

  

난이도를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빨리 출발하고 싶었지만 인적이 드물어 으스스한 느낌에 자꾸만 머뭇거렸다. 

그러다 보니 날이 밝아오고 예정보다 50여분 늦게 시작한다.

시간이 늦어지는 만큼 제시간에 마치지 못할까 염려하는 마음의 부담이 서서히 올라옴을 느낀다.

주차장의 지도를 확인하고 1코스로 진입한다.

주자창의 좌측 위로 나있는 들머리로 향한다.

들머리를 지나 조금 가다 보면 나오는 좌측의 개울을 건너 정상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간다.

순하지 않은 연석산 정상 아랫길.

여기를 오르면 정상이 가까워지고 툭 트인 경관이 펼쳐진다.

 시원하다.

저 멀리 굽이굽이 능선 사이로 귀가 쫑긋한 마이산도 보인다.

연석산 정상.

표지석을 이정표가 대신한다.

저 앞에 보이는 운장산 서봉으로 가야 되는데 키를 넘는 산죽이 길을 막고 있어 헤치며 가야 한다.

2년 전에 온 기억이 있는데 여전히 산죽이 길을 막고 있다.

산죽 터널을 지나면 서봉으로 향하는 능선이 마치 치마의 주름 같다.

멋있고 아름답다.

치맛자락  능선을 내려와 숲 속의 삼거리에서 운장산으로 가야 한다.

산죽에 가려진 이정표를 잘 살펴야 한다.

서봉 올라가는 길에 만난 소나무.

서봉으로 가는 동안 산죽 터널을 여러 번 만나는데 대부분 내 키를 넘고 양손으로 펼치며 가야 한다.

서봉 직전에 만난 암벽과 밧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줄타기로 오를 수 있다.

드디어 서봉(칠성대).

하늘도 푸르고 시계도 좋아 모든 곳이 한눈에 보인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있어 시원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나 더운 날이다.

서봉 앞에 있는 너른 바위는 등산객들에게 언제나 칠성급 비박지로 유명하다.

나는 아찔하다.

칠성대에서 좌측으로 가야 운장대가 나온다. 

운장대 가는 길에 뒤돌아본 서봉(칠성대)

예전에 왔을 때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오늘은 조용하다.

날씨도 좋고 이렇게 풍광도 좋은데 찾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안내도와 실제 정경을 맞춰 보는 재미가 있다.

운장산의 경관은 호남 알프스라는 명성이 무색하지 않다.

 동봉으로 가는 길에 만난 알프스.

운장산 동봉(삼장봉).

운장산은 서봉(칠성대), 운장대, 동봉(삼장봉)의 세 봉우리가 있다.

힘들게 올라 마주하는 호남 알프스는 모든 힘겨움을 한 번에 씻어준다.

동봉에서 구봉산으로 가는 길에 있는 곰직이산으로 향한다.

 동봉에서 내려오면 보이는 갈크미재를 지나 곰직이산으로 새롭게 올라가야 한다.

연석산에서 운장산까지의 경로만으로도 어느 정도 피로감을 느끼는데 다시 곰직이산으로 올라가야 한다니 제시간에 마칠 수 있을까라는 염려가 들기 시작했다.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천금과 에너지음료를 먹고 다시 힘을 내어 오르기 시작한다.

 

 운장산에서 만난 어느 산행대장의 안내에 의하면,

곰직이산만 잘 넘어가면 구봉산까지 무리 없이 갈 수 있다며 힘들면 복두봉에서 내려가도 되고, 혹시 더 힘들면 진안군청에 연락하면 119를 보내 준다는 정보를 알려준다.

산행대장이 보기에 무척 힘든 코스라며 걱정을 많이 해준다.

 

산 정상에 오르면 다시 내려가고, 내려가면 다시 오르는 과정을 몇 번이고 거쳐야 하므로 다른 트렉에 비해 무척 힘이 든다.

특히나 곰직이산은 능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재로 내려가 다시 새롭게 올라가야만 되기에 발걸음이 느려진다.

곰직이산 정상.

힘들어도 쉬엄쉬엄 오르니 드디어 정상이다.

시원한 전망과 흐드러진 야생화가 널려있어 힘든 가운데도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곰직이산에서 복두봉으로 간다.

이제 부터는 편안하다 했는데 또 오르막이다.

잘 정비된 산죽길.

운장산의 어수선하고 불편한 산죽길에 비해 한결 편안하고 수월하다.

복두봉 정상.

봉우리가 몇 개인지.....

여기부터 갑자기 등산객들을 많이 만난다.

구봉산의 명성을 실감하면서 그동안 지루할 정도로 한적한 길이었는데 사람들을 만나니 나도 모르게 활기가 생긴다.

운장산보다 구봉산에 사람이 많은 이유가 무얼까 궁금하다.

복두봉에서 보이는 구봉산과 팔봉.

저기를 또 넘어가야 한다.

시간 안에 무사히 넘을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된다.

아직 해가 있으니 끝까지 가보자!

복두봉 전망.

오늘은 어느 봉우리든 전망이 멋있다.

왜 호남 알프스인지 알 것 같다.

복두봉에서 무거워도 꾸역꾸역 발걸음을 내디디니 드디어 마지막 구봉산이다.

구봉산.

시끌벅적 와글와글....

늦은 시간이라 약간 걱정이 앞섰는데 사람들을 보니 안심이 된다.

이제 갓 올라온 분들에게 물었다.

"저 앞에 팔봉까지 갈 수 있을까요?"

"우리는 열 시 반부터 올라왔는데요. 힘들 것 같은데요."

어느 남자분은 시계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4시 10분인데 그래도 한 번 가 보시던지요. 안되면 여기서 내려가면 바로 하산하는 길도 있어요. 팔봉을 올라가면 내려가는 곳이 없어 무조건 끝까지 가야 합니다."

 

마침 팔봉으로 향하는 산행팀이 있어 포기하지 않고 뒤따랐다.

구봉산 정상에서 내리막길은 무척 험하고 위험했다. 어지러울 정도로 급경사의 내리막 계단을 내려가 다시 팔봉으로 간다.

내리막길이 쉽지 않아 매우 조심스러웠다.

마주 올라오는 사람들의 단내가 힘겨움을 말해주는데 서로가 조심하자는 인사말이 끊이지 않았다.

"조심해서 올라가세요."

"조심해서 내려가세요."

드디어 팔봉으로 간다.

팔봉에서 바라본 구봉산

 

5봉과 4봉 사이에 출렁다리가 있다.

길이 100m의 출렁다리가 오늘은 무섭지 않다.

출렁다리보다 더 힘겨운 봉우리를 넘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주차장이다.

 

어두워지기 직전에 마칠 수 있어 다행이다.

팔봉 중 이봉부터는 만일에 대비해 렌턴을 목에 걸고 내려올 정도였다.

사람이 없을까 걱정했는데 뒤에서 오는 산행팀은 나를 쉽게 추월한다.

그래도 괜찮다.

혼자가 아니라서.

 

주차장에 맨 마지막에 내려왔지만 이 어려운 트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음에 기분이 좋았다.

하루가 감사하다.

 

예약한 택시기사의 염려 가득한 충고가 잇따른다.

"늦은 시간에 사고가 많은 곳인데 너무 늦게 내려왔어요. 작년도 올해도 사망사고가 있어서 걱정이 많이 됐는데 여기는 조심해야 됩니다. 절대 혼자 다니지 말고 늦게 다니지 마세요."

 

분명히 힘들 거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 힘들었다. 그렇지만 그 힘든 순간에서조차 포기하지 않고 발길을 내딛는 내 모습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알게 되었다.

그 힘든 순간을 잘 견디고 있는 모습에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