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알프스 천황산 재약산
일시: 2022.09.11.(일) 08:10~17:04
코스: 밀양 표충사~천황산(사자봉)~천황재~재약산(수미봉)~고사리분교 갈림길~층층폭포~흥룡폭포~표충사
거리: 13km
아무리 트렉이 소중해도 떠날 수 없는 날이 있다.
추석은 추석인지라 집에서 보내고 어쩔 수 없이 다음날인 일요일에 출발했다.
몇 년째 토요일 트렉이 익숙한 몸이었는지 일요일 트렉이 매우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하루 지나서라도 트렉을 할 수 있으니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표충사 일주문 앞에서 좌측 천황산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표충사도 들러보고 싶지만 오후에 만나기로 하고 트렉 코스로 들어간다.
처음 만나는 이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가다 보면 들머리인 돌무더기 오름길이 보인다.
이제부터는 돌오름길이 한동안 계속된다.
돌길을 오르기 시작하자 얼마 되지 않아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니 매우 청량한 느낌이다.
조금 더 오르니 계곡의 물줄기가 내려오고 양갈래의 폭포가 보이기 시작한다.
금강폭포.
시선을 사로잡아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다.
폭포 위의 소박한 암자.
폭포 위에 또 폭포.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물길인지 풍부한 수량과 경관이 놀랍다.
청량감에 아주 가볍게 올랐다.
계곡이 끝나자 다시 너덜 오름길이 보인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조릿대가 보이고 길도 잡목과 수풀로 촘촘하다.
해발이 낮은 곳에서 시작해서인지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드디어 정상이 바로 저기에!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이 그야말로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긴다.
한편으로는 밝음을 시샘하는지 연무가 가득하다.
저 아래 표충사.
오늘은 표충사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도는 트렉이다.
연무와 햇살이 뒤섞인 정상에서 사방으로 돌아가며 풍경을 담는다.
도대체 뭘 보라는 것인지!
연무 가득!
보이시나요?
아름다운 가을 정취!
억새 물결!
황홀하다.
드디어 보인다.
이번에는 안내도가 먹통이다.
들꽃 앞 바위에 앉아 점심을!
연무가 걷히자 드러난 정경과 억새와 들꽃에 흠뻑 빠진다.
천황산 정상.
사자봉이라고도 한다.
재약산으로 가는 길!
이제부터는 그냥 보기만 하시어요!
데크계단 아래 중간에 있는 천황재와 재약산
잘 보셨사옵니까!
천황재.
영남 알프스라는 말이 와닿는다.
얼마 만에 보는 가을 하늘과 억새 물결인지 되도록 오래 머물고 싶다.
재약산 오르는 중 뒤돌아 본 천황산.
하~~~~~아~~~~~!
재약산에 거의 오르기 직전 이정표 없는 작은 여러 갈레길이 나온다.
마치 지름길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리본을 따라 가야 헤메지 않고 가장 빠르다.
위의 이정표들은 갈래길에서 가장 좌측 아래쪽으로 향하는 리본표식을 따라가면 나오고 이 후는 순조롭다.
재약산(수미봉).
지난해 다녀온 영남 알프스 1구간인 간월산 신월산 영축산이 저 멀리 능선으로 보인다.
뒤쪽 가운데 두개의 큰 봉우리. 간월산 신불산 그리고 영축산으로 가는 능선이 길게 펼쳐진다.
내려오는 길은 데크 계단이 끝이 없다.
다행이 계단에 깔아 놓은 고무패드가 충격흡수를 해 주는 듯 계단양에 비해 발걸음이 가볍다.
드디어 데크계단이 끝나고 임도같은 넓은 길이 나오면...
고사리분교터 방향으로 가야 한다.
내려오면 고사리분교터라 쓰인 두 번째 표지판이 보이는데 여기서는 분교터 방향으로 들어가지 말고 임도로 직진한다.
임도에 있는 세 번째 이정표.
표충사 방향으로 간다.
층층폭포.
모든 것이 풀리는 듯한 희열이 충만하다.
멋지고, 시원하고, 소리도 우렁차다.
폭포 끝!
표충사.
대웅전에서 오늘 아름답고 행복한 가을 트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예상치 못한 규모에 놀라고, 영남알프스의 중심에 표충사가 있어 또 놀란다.
오늘 트렉은 폭포로 시작해서 하얀 구름과 푸른 하늘, 은갈색 억새 물결에 취하고, 다시 폭포로 몸과 마음을 씻는 트렉이다.
어느 하나 뺄 것이 없는 벅찬 종일토록 행복한 트렉이다.
지금도 억새가 보인다.
하~~~~~아~~~~~~!
오늘은 영남알프스 2구간!
3구간과 4구간은 어떨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