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호구산
트렉일시: 2022.9.3.(토) 08:03~13:13
트렉코스: 용문사 주차장- 용문사- 544m 전망대- 호구산-석평방향-앵강고개방향-헬기장-돗틀바위-용소공동묘지-주차장
거리: 9.3km
태풍(힌남노) 예보가 계속되는 가운데 빗길을 달려 남해로 들어오니 비는 오지 않고 바람만 불고 있다.
용문사 주차장에서 등산복위에 방수 몸빼와 우비를 걸치고 나니 마치 약초 캐러 가는 아줌마 같다.
이런 날 트렉이라니!
비바람이 세게 몰아칠 경우 남파랑 둘레길로 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이 정도 조건에 트렉을 포기할 수 없다.
마음을 다잡고 주차장에서 용문사로 간다.
주차장에서 용문사로 향한다.
용문사.
태풍 대비 채비를 단단히 해서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옆문에서 부처님께 인사만 드린다.
고찰의 위엄이 서려 있어 알아보니 원효대사께서 창건하셨다고 한다.
용문사 옆길로 오르기 전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용문사에서 백련암과 염불암 쪽으로 가다 보니 백련암이 나온다.
비바람이 언제 거세질지 몰라 밖에서 보고 바로 숲으로 간다.
연무.
눈에 보일듯 말 듯 연무가 신비롭게 몰려온다.
하지만 마음이 바쁘니 연무도 걱정스러워 발길이 빨라진다.
간간이 나무 벤치가 있어 잠시 쉬면서 점심 도시락에 손을 내민다.
아침을 먹지 않아 손을 멈출 수 없다.
트렉 시작 후 한 시간 이십 분 정도 지나니 수직의 바위와 밧줄이 보인다.
바람이 세게 불어 두렵다기보다 약간 불편함이 생긴다.
직벽을 오르니 상대적으로 좁은 544m 전망대가 나온다.
멋진 전망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오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바람만 거세다.
갑자기 센 바람이 불어와 서 있기 불편해 바로 다리로 이동한다.
송등산과 호구산 갈림길에서 잠시 머뭇거린다.
송등산에 다녀오고 싶지만 태풍예보와 현재 바람의 세기로 보아 빨리 진행하는 것이 좋을듯하다.
아쉽지만 송등산은 다음 기회에!
길인 듯 아닌 듯 생각보다 거친 길이 나오는 호구산 가는 길.
호구산으로 가는 중간에 염불암으로 향하는 하산길이 세 군데나 있다.
비에 젖은 바윗길이 아주 미끄럽다.
길이 험한 만큼 난간을 잡고 올라가야 한다.
쉬엄쉬엄 오르니 너른 암반지대의 봉수대가 보인다.
봉수대를 돌아 뒤에 보이는 안내 표지판 쪽으로 가야 정상석이 나온다.
짙은 연무에 잠시 반대방향으로 가니 하산하는 듯하다 길이 보이지 않아 다시 돌아와 봉수대 뒤로 돌아 길을 찾았다.
호구산 정상.
이 지역에서는 납산 또는 원산으로 불린다.
호구산은 호랑이 형상이고, 납산은 원숭이가 앉은 상이라 한다.
사방으로 툭 트인 멋진 전망 대신 연무와 바람만 있다.
정상에서 계단으로 내려간다.
석평과 앵강고개 방향으로 가다 헬기장 쪽으로 가야 한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비바람이 점점 더 거세지니 발걸음이 빨라진다.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다.
난간을 돌아가면 돗틀바위가 나온다.
돗틀바위.
오, 이런!
그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연무가 이리저리 흩어졌다 모아지기를 반복하는 사이로 선경이 보인다.
그 순간을 놓치기 싫었다.
남해바다의 아름다움에 취해 계속 셔터를 눌렀다.
오늘 트렉의 백미다.
여기를 내려가다니!
멋진 돗틀바위와 남해의 풍경이 어우러져 자못 신비스럽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바람도 잦아들었다.
숲길을 내려와 임도로 들어선다.
삼나무 숲과 돗틀바위.
여기서 무심코 좌측 아래로 내려가면 안 된다.
주차장으로 가려면 우측으로 가야 되는데 오르막처럼 보여 내리막으로 향한 덕분에 남파랑 둘레길과 만난다.
남파랑 둘레길.
이 길도 용문사 주차장과 연결되니 다행이다.
이국적 운치가 멋스러운 미국마을.
여기를 지나 주차장에 당도해 무사히 트렉을 마친다.
이 산은 높지는 않지만 산악회의 예약이 성행할 정도로 유명한 산이다.
왜 유명한지는 마지막 연무가 걷히고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전체를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더라도 태풍예보가 있는 조건에서 오늘도 나름 만족한 트렉이다.
기회가 된다면 용문사도 다시 보고 싶고 어쩔 수 없이 지나친 송등산에 꼭 가고 싶다.
또한 아름다운 남해 정경을 바라보며 호구산의 진면목을 마주하고 싶다.
태풍예보로 인해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시작했고 연무를 헤치며 미끄러운 바위도 지나며 비록 아름다운 전경을 보지 못했지만 오늘 하루 트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