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Trek 백인옥님/2022년

설악산 내외종주

백인옥 2022. 8. 31. 21:01

트렉일시: 2022.8.27.(토) 04:17~14:59

트렉코스: 소공원~비선대~금강굴~마등령~오세암~만경대~영시암~백담사

트렉거리: 17km

 

작년 가을 자차로 공룡능선과 서북능선을 다녀오면서 귀가 시 졸음운전으로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도반님들의 도움을 받아 안내산악회를 이용한다. 

금요일 오후 11시에 안내산악회 버스에 올라 오전 4시에 설악소공원 도착했다. 오는 도중 1시간가량 소나기가 내려 우중 트렉이 되나 싶어 긴장했는데 다행히 비가 멈춘다. 

오 감사!  하늘에 별이 보인다.

04:17  신흥사 일주문을 지나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커다란 부처님을 향해 오늘의 안녕을 빌며 인사를 드린다.

비선대까지 3.7km . 넓고 편안한  비선대 숲길을 걷는데 며칠 전부터 불편했던 왼쪽 가슴 주변으로 배낭끈이 닿으니 꽤 자극이 심하다.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아랫배의 자극에 신경이 쓰인다.

하루를 잘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누르고 수리에 집중한다.

04:58 비선대 아직 어둠이 남아있다. 좌측은 천불동계곡 우측은 마등령으로 가는 갈래길이다.

여기부터는 경사가 시작되는데 작년 가을 어둠속에서 비를 맞으며 힘겹게 올랐던 영상이 스친다.

하지만 오늘은 가슴통증과는 별개로 왠지 그렇게 힘들게 여겨지지 않는다.

발걸음은 오히려 가볍다.

금강굴 입구 가까이 오니 날이 밝아오면서 설악의 기상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눈과 마음이 즐거워진다.

반갑다!  작년엔 너무 어두워 지나쳤는데 드디어 금강굴을 갈 수 있구나!

05:58 금강굴 중간전망대까지  앞서 다녀온 분들이 빨리 올라가서 해맞이하라고 알려주셔서 한걸음에 올라왔다.

미륵봉 중간에 위치한 금강굴이 보인다.

원효대사가 수행하신 곳이라는 데 지금이야 계단이 있지만 그 당시엔 어떻게 저길 올랐을지 ....도력?

화채봉과 화채능선.... 수려한 모습으로....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이루 말할 수 없다. 무슨 말이 필요한가!.... 눈앞의 경관들은 현실을 넘어선다. 

오르기 전엔 왜 이렇게 아슬아슬한 곳에 기도처를 삼았을까? 했는데 막상 오르기 시작하니 무섭거나 힘들지 않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게 부처님의 커다란 품에 와닿는 순간이다.

설악의 온갖 봉우리들을 품 안에 들인 이곳에선 딴생각을 하면서 기도하긴 어렵겠다.

오로지 기도만!

금강굴 안에서 온갖 생각을 멈추게 하는 장관들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멋있다! 멋있어!

여기서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 천불동계곡 화채봉 등이 보인다고 하니 어디가 어딘지 여기저기 미루어 짐작만 할 뿐이지만...

큰 산의 깊고 신비한 모습에 절로 숙연해진다.

금강굴에서 내려와 마등령삼거리로 향한다.

새벽에 잠깐 내린 비가 먼지를 다 쓸어내렸는지 더없이 맑은 하늘과 구름이 기묘한 봉우리와 능선들을 더 빛나게 한다. 

마등령 가는 길은 걸음걸음마다 눈에 들어오는 풍광들에 취해 어느새 잡념을 잊게 한다. 

속초시가 보인다 

금강문 너머로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뒤로 대청봉, 중청봉 앞쪽의 1275봉...

화채봉 천화대...

세존봉과 화채능선 천화대

마등령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조금씩 간식을 먹으며 올라온 탓에 막상 밥은 넘어가지 않는다.

지난주에 비해 기온이 많이 떨어진 듯하다. 바람이 서늘하게 느껴져 서둘러 일어난다. 이제 오세암으로 내리막이다.

마등령에서 1.4km 오세암 뒷모습과 만난다.

 계곡 따라 절 뒤뜰과 과 연결된 조금 어색한 통로를 지나 절마당에 들어선다.

오세암!

꼭 오고 싶었는데 이번에 소원을 풀었다.

따뜻하고 편안하며 정갈하다. 

먼저 법당에 인사드리고 따뜻한 물을 얻으려는데 보살님의 안내로 점심공양까지 한다.

된장미역국에 밥 한 술 말아 정말 맛있게 먹고 나니 불편했던 배가 편안해진다.

이제부터 한껏 몸이 가벼워 산뜻하다.

  오세암에서 나와 만경대에 오르다.

만경대.

 오세암 가는 길 이정표에서 우측 하행은 백담사, 좌측 오르막은 만경대로 향한다.

아찔한 만경대에 올라 또다시 풍광에 취하다. 

앞서 간 도반님이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만경대의 선경을 지나칠 뻔했다.

만경대에서 내려와 영시암으로 간다.

영시암!

번잡한 가운데 무심한 듯 잡초를 뽑고 있는 스님과 예쁜 야옹이가 눈에 들어온다.

법당에 인사드리고 오세암에서 얻어 온 따뜻한 물로 커피를 마신다.

 백담사 가는 길.

아주 편안하고 아름답다.

백담사 계곡

드디어 백담사!

시간 여유가 있어 여기저기 둘러보며 마지막으로 부처님께 감사인사를 올린다.

 세족!

 

  이번 트렉은 설악산이라 그것만으로도 넘치게 행복하다.

그런데 미처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내게 안긴 시간이다.

신흥사, 금강굴, 오세암, 영시암, 백담사를 지나며 마치 사찰순례를 한 느낌이다.

이런 귀한 선물을 안긴 방하에 감사하다.

 

  그러고 보니 선물이 또 있다.

새벽부터 아팠던 가슴과 배의 통증이 어느새 말끔히 사라졌다.

통증이 없어진 줄도 모르고 보이는 풍광과 맑은 청량감에 감탄하며 트렉에 집중했다.

수려한 풍광에 수리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명산의 위엄이다.

큰 산의 범접할 수 없는 매력에 압도당한다.

위대한 자연에 한없이 고개가 숙여진다.

큰 산은 큰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