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고추봉
일시: 2022.8.6.(토) 2022.08.06 07:15 ~14:47
트렉코스: 산내면 행정복지센터-탁삼재-오치령마을입구-산불초소-고추봉-구만폭포갈림길-구만폭포-구만암-가라마을회관
거리: 약 14km
밀양! 처음이다. 도전트렉 하면서 처음 만나는 장소가 대부분인 것 같다.
지역을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갈 때마다 내겐 우리나라도 참 넓고 다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집에서부터 204km!
멀지 않다 생각하면서 2시간 정도면 도착하겠거니 했는데 막상 내비는 2시간 45분 이후에 도착한다고 나온다.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 겨우 예상시간 2분 전에 산내면 행정복지센터에 도착했다.
행정복지센터에 주차하고 맞은편 도로로 직진, 다리를 지나 양촌마을 안내도가 있는 좌측방향으로 진행한다.
탁삼재로 가고 있다. 갑자기 주변에 축사가 있는지 거름냄새가 진동한다. 한참을 냄새에 절어 가다 보니 탁삼재가 있고 빠르게 통과하느라 사진 찍는 것도 잊었다. 가까이에 있는 집들이 꽤 있는데 어떻게 견디는지....
처음부터 아스팔트라니!
무려 5km나 걸었다.
오치마을 인근에 오자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아저씨가 혀를 끌끌 찬다.
"이렇게 더운 날에~~~"
초장부터 땀에 절고, 숨이 턱턱 막혀 마치 온 종일 트렉을 한 듯한 느낌이다.
오치마을 입구. 우측 시멘트길로 간다.
오치령. 우측 화살표 방향으로 멀게 리본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풀이 우거져 리본이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풀을 스틱으로 헤치고 발로 눌러가며 들어선다. 칡넝쿨과 산딸기 줄기가 서로 얽혀 있어 손으로 잘라 가며 겨우 지난다.
산딸기나무 가시가 나를 괴롭힌다. 찔리면 아프다.
'집에 있는 전지가위를 가져올걸...'
겨우 헤치고 나오니 과수원 둘레라 철망이 가로막는다. 여기도 가시덤불 투성이라 아주 힘들게 과수원으로 들어간다. 다행히 길지 않은 철망이라 그나마 긴장이 풀렸다.
과수원을 통과하면 내 키보다 높이 자란 억새가 길을 막는다. 지도를 보며 산불초소를 향해 간다. 여기도 힘들다. 정글 탐험이다. 지난주엔 스파이더맨.... 이번엔 인디애나 존스.... 짧아서 다행이지 원!
산불초소를 지나 이제야 숲으로 들어간다.
'반갑다 숲, 만나기 어렵다 숲!'
날이 덥고 이미 지쳐서 오르막이 쉽지 않다. 여기엔 거미줄이 얼굴과 입과 눈에 감기고 날벌레도 끊임없이 따라온다. 스틱으로 아무리 헤쳐도 거미줄은 바로 나를 휘감는다.
'보물은 어디에 있는 거야?....'
나도 모르게 '윽'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어찌 되었든 돌무더기가 보이는 첫 번째 고추봉에 도착. 무조건 쉬고 싶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전망에 서서히 기력을 회복한다. 걷기도 좋지만 휴식도 필요하다.
귀여운 글씨 '고추봉'!
오히려 더 정겹다.
이렇듯 반듯한 이정표는 보이지 않는다.
고추봉에서 바라본 전망. 여기에서 아침부터 쫄딱 굶은 허기진 배를 꾸역꾸역 채운다.
'아, 밥도 안 넘어가네...'
조금 먹다 말았다. 대신 물만 자꾸 들이켠다.
자세한 이정표 대신 계속되는 '운문 지맥' 표식만 되어있다.
구만폭포로 가기 위해서는 송백리 갈림길로 가야 한다. 여기도 운문 지맥.
툭 트인 전망인데도 오늘은 덥게만 느껴진다.
구만산 갈림길에서 구만폭포 방향으로 향한다. 급경사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가면 구만 계곡길이 나온다. 얕은 계곡을 건너 숲을 지나 폭포를 향해 간다.
이국적인 구만 계곡의 절벽과 구만폭포!
더위와 거친 봉우리들을 넘다 보니 힘들었는데 이 풍경을 보니 놀라웠다.
전혀 다른 세계에 온 것 같다.
능선 경계를 두고 이렇게 다른 경관이 펼쳐지니 그저 경이롭다.
'보물을 드디어 찾았다!'
폭포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서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혔다.
고생하며 찾아온 보람을 제대로 느낀다.
기운을 회복하여 다시 트렉을 시작한다.
높은 절벽과 계곡이 어우러진 곳을 지나니 이곳만큼은 마치 거대한 산에 온 것 같다.
계단을 다 내려가면 편안한 계곡과 숲이 이어지지만 아쉽게도 물은 거의 말라간다.
조금 더 걷다 보니 다시 더위가 몰려오고 비 오듯 땀이 흐른다. 숨이 막히고 머리가 띵하다.
길가의 구만암!
다시 마을로 회귀한다.
원점회귀 지역인 산내면 행정복지센터 까지 가지 못하고 가라마을 회관에서 트렉을 마친다.
더위에 지쳤는지 산길샘 종료를 1.5km 차로 이동해서야 하게 되었다.
더위에 찌든 여름 산을 온전히 경험한 트렉이었다.
시작부터 후끈, 숲도 후끈,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도 더위를 식혀주지 못했다.
계곡도 후끈...
이렇게 힘든 트렉이 될 줄 몰랐다.
그렇지만 이런 트렉을 끝까지 마칠 때까지 최선을 다했다.
이 또한 내게 좋은 경험이다.
멀리 가는 길 중에 만나는 하나의 어려운 과정이라는 느낌이다.
이 어려운 과정을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았기에 다음 트렉을 당당하게 이을 수 있다고 위안을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