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Trek 백인옥님/2022년

괴산 남월악산

백인옥 2022. 8. 2. 21:17

트렉 일시: 2022.7.30.(토) 06:12~16:22

트렉 코스: 연풍레포츠공원~연어봉~신선봉~마패봉~부봉(1봉-6봉)~고사리주차장~연풍레포츠공원

트렉 거리: 17km

 

오후 3시쯤에는 뇌우가 있을 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어 이른 새벽부터 시작하려 했는데,

고사리주차장에서 사정이 있어 다시 연풍레포츠공원으로 이동하다 보니  6시가 지났다.

오늘은 나에게 어떤 만남들이 이루어질 것인지 기대 반 긴장 반이다.

절대로 혼자 가지 말라는 당부에 그럴 거라고 하고 왔는데...ㅎㅎㅜ 혼자 가야만 하는 날이다.

연풍레포츠공원에 주차를 하고 출발이다.

공원 안에는 아직 잠들어 있는 캠핑족들의 텐트가 즐비하다. 

주차장과 이어진 좌측 길로 가면 연어봉 표지판, 이어서 오솔길과 임도의 갈래길이 나타나면 우측 오솔길로 들어선다.

아직 이슬이 마르지 않은 풀숲으로 바지가 젖어 들어 스틱으로 헤치고 나아간다.  

이슬을 젖히며 어김없이 보이는 숲길의 멧돼지 흔적들을 지나고 오르니 암릉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밧줄도 있고 스파이더맨처럼 사지를 착지시켜야 하는 곳도 있지만 미끄럽지는 않아 순조롭게 올라간다.

물고기 입 모양의 커다란 바위가 봉우리를 차지하고 있다.... 연어봉이 산 정기를 들이키고 있는 듯하다.

07:14분.  신선봉, 부봉, 주흘산, 조령산.... 월악산.... 내겐 구분이 안 가는 봉우리와 능선들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와우! 이 멋진 광경들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긴장이 풀어지고, 시원한 바람이 보너스로 불어온다.

연어봉 다음이니 신선봉일까? 

참 더없이 평온하고 아름답게 여겨진다.  

블로그에서는 못 본 방아다리 바위라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정면 몸체에 붙어있는 게 좀 어색하다.

신선봉으로 가는 암릉길에는 갖은 형상들의 소나무들이 멋진 자태를 취하고 있다. 그중 몸체가 거의 절벽 아래로 향하고 있어 아찔함을 주는 노송...

길인지 아닌지 조심스레 가다 보면 길이 끊기고 절벽이다. 다시 길이 없을 듯싶은 곳으로 바위를 넘어가면 또 길이 나타난다. 앞선 많은 분들의 후기에 올라온 유명한 밧줄이 아닌 끈이 보인다.

분명 키가 좀 크신 분의 작품인 듯... 나는 다시 스파이더맨처럼 암릉에 붙어 몇 발을 간신히 딛고 끈을 잡고 오른다.

오를 때보다 오르고 나서 보니 아찔하다. 

뒤돌아 본 연어봉...

신선봉이 0.5km 남았다. 

길과 수리에만 집중하게 된다.

소나무 양 옆은 절벽...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 아닌 길로 가고 있다.

다행히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 같아 스스로 놀라고 있다.

09:00. 여기까지가 힘든 구간이 많다고 들어서 일까 이곳에 오니 안도감이 든다. 

오늘 날씨는 덥지만 시계가 정말 좋다. 이런 날은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하다.  

신선봉 정상에 앉아 먹는 황도복숭아가 꿀맛이다. 

벌써 물과 음료수를 많이 마신 것 같은데 달달한 복숭아가 갈증을 해소시킨다.

잠시 쉬면서 능선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구름 색이 어두워지는 게 비가 내릴 것 같다.

신선봉 끝자락 길 직벽으로 떨어진다.

내려올 수 도 있을 것 같아 엎드려보는데 안전하지가 않아 바로 옆에 있는 직벽으로 우회한다. 

발 디딜 곳이 몇 개 더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괴산의 명산이라고 표지판마다 적혀있던데 명성에 흠이 가지 않으려면 몇 군데 안전장치가 보강되어야 할 것 같다.  

여기서 조금 더 가다 처음으로 마주오는 노부부를 만났다.

일기예보 탓인지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지나는 등산객이 없던 산에 사람 소리가 들리니 무척 반갑다. 

험한 곳이라 안전 산행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며 인사하고 지나친다.

시루떡바위도 넘어가고 드디어 마패봉으로

10:10  마패봉 반갑다! 여기서 부봉삼거리까진 어려운 구간이 없다고 들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런데 갑자기 주변에 구름이 몰려온다. 일기예보대로 비가 올 것 같아 불안하다.

아직 부봉이 남았는데 여기서 부봉삼거리까지 가려면 4km,  2시간은 걸려야 할 것 같은데... 그리고 1~6봉은....

암릉 봉우리에서 뇌우를 만난다면... 생각이 앞선다... 그래도 한숨은 돌리고 가자! 남은 복숭아와 음료수를 먹고 걱정을 내리고 간다.

조용하고 편안한 흙길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고 데크계단들도 만나고

다시 맑게 갠 하늘이 보이고 시야가 열리는 어느 계단을 오르는데 문득 눈앞에 슬그머니 움직이는 뭔가가 있다.

내 스틱 소리에 놀랐는지 세모 머리를 한 녀석이 똬리를 틀고 있다가 스르륵 계단 밑으로 사라진다.

데크계단에 올라와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인적이 없으니 마음 놓고 몸 말리기 하고 있었나 보다. 

이제 자동으로 계단 오르내릴 때마다 스틱으로 난간을 치게 된다.

두 번째로 세 남자분들을 만났다. 세모 머리 조심하라고 할까 말까... 이분들한텐 나타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지나친다.

부봉삼거리 12:15 비가 오려면 지금 와야 하는데.... 부봉으로 올라가버리면 만약의 경우 중간에 하산할 곳이 있는지 모르겠다.

12:29 흐리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지만 시야는 가리지 않고 있다. 배낭 커버를 씌우고 잠시 앉아서 날씨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인다.

2봉가는 길. 비가 많이 내리면 여기서 쉬어도 좋겠다.  안쪽으로 꽤 넓은 공간이 있다.

12:46  2봉은 숲에 가려 전망은 별로 없다. 다시 빗방울이 멈춘 듯....

3,4,5봉 멋진 모습이 펼쳐진다. 

3봉에서 바라본 2봉. 스틱이 떨어질까 조마조마하다. 

3봉은 표지석이 없다.

 4봉 지나 5봉. 여기나 저기나 암릉이 가득하다.

소나무가 멋지다.

'이제 6봉만 가면 된다!'

5봉에서 보이는 6봉.

나무에 가려 있지만 수직처럼 보이는 철계단이 엄청 많다.

5봉을 지나고 나면 1봉과 6봉 사이의 중간에 내려갈 수 있는 유일한 하산로가 있다.

바람과 함께 빗방울이 살짝 내리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6봉을 포기할 수 없다.

 월악산이 한눈에 보인다.

 6봉 오르는 중간에 보이는 먹구름과 푸른 산.

13:44  드디어 6봉!

나를 불안하게 했던 뇌우는 없다.

이 좁고 높은 봉우리에서 뇌우를 만난다면?

끔찍해서 생각도 하기 싫다.

정말 다행이다.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심이 된다.

이제부터는 비가 오더라도 즐겁게 맞으며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사람 마음이 이런 것인가?

오는 내내 불안감을 주던 구름이 이제는 예쁘고 멋지게 보인다.

보이는 모든 곳이 장관이다.

 내 마음이 편안하니 하늘도 맑아진다. 

 내리막길에서 만난 조릿대와 자작나무 숲!

 14:52 드디어 숲을 나와 임도를 걷는다.

동화원 휴게소에서 한 손에 아이스크림과 다른 손에 냉커피를 들고 순식간에 들이켰다.

내가 힘들어 보였는지 휴게소 주인이 권한다.

"좀 더 쉬다 가시지 그래요."

 세상에 내가 임도를 좋아하다니!

너무도 편안하고 모든 피로가 풀어지는 힐링로드!

잠시 왜 이리 좋을까 하고 생각하니 오늘 내내 혼자서 긴장하며 암릉을 오르내리니 많이 힘들었나 보다.

이 길을 걷고서야 내 고단함이 보였다.

만나는 사람들도 정겨웠다.

문경새재와 고사리 주차장을 지나 연풍레포츠공원에 도착.

 쉬운 길도 아니고.

곳곳에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암릉이 가득하고.

뇌우가 있다고 일기예보도 겁주고.

오가는 사람들도 없고.

.....

 

오로지 나 혼자서 이 길을 가는 트렉의 묘미를 맘껏 경험한 날이다.

생각했던 만큼 무섭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없었다.

뭐든지 부딪치면 이렇게 담담해지나 보다.

오늘은 수리와 길에 온전히 집중한 트렉이다.

그래서 더 의미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