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함백종주
일시: 2022.6.18.(토) 07:47~18:55
코스: 당골~소문수봉~문수봉~태백산~만항재~함백산~중함백~정암사
거리: 23.48km
아침부터 가벼운 느낌이 없이 왠지 다르다.
조금 오르다 보니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어지러워 무작정 가면 왠지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잠시 쉬며 진정하고 수리에 집중하니 체기같은 느낌이 점차 사라진다.
다시 힘을 내서 오르지만 여전히 몸이 무겁다.
이렇게 시작하게 되다니.....






자작나무일까 아닐까?
이국적인 나무가 초록빛과 어울리니 더 매력적이다.
나무 주변에 다양한 식물종이 퍼져 있어 남단의 숲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몸이 무거워 더디게 소문수봉에 올랐다.
너~~~~~~~~무~~~~~~~우~~~~~~~ 좋았다.
몸과 마음의 답답함이 한 번에 사라지는 듯하다.
깊고 울창한 숲을 지나니 갑자기 너덜지대 봉우리에 푸른 하늘이 시원하다.
이런 지형에 너덜지대라니!
넓은 바위에 앉아 툭 트인 정경을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져든다.



기도처인가?
소문수봉도 문수봉도 돌탑 주위에 이런 분들이 제법 보인다.


천제단 하단!





산행인보다 기도하는 사람이 많이 보이는 태백산 천제단!
엄숙함이 맑은 하늘과 잘 어울린다.


장군봉이 태백산 최고봉이라니!
여기에 또 제단이 있다.




웬 잠자리?
등산로 정비 중으로 헬리콥터를 이용해 계속 자재를 나르고 있다.
그런데~~~~
바로 눈앞에서 헬리콥터가 짐을 부리고 있고 요란한 소리에 멈칫하자 일하는 분이 수신호로 접근금지라는 표시를 계속 보낸다.
이후 내리막길은 정비자재가 널브러져 있어 자재를 밟거나 뛰어넘기도 한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네.'


유일사 쉼터와 산령각




사길령 언덕에서 잠시쉬고 화방재로 내려오니 어평재휴게소가 있다.
휴게소에서 보이는 뾰족한 수리봉이 예사롭지 않다.
'저기를 또 올라가야 되는구나!'
쉼 없이 오르니 다리가 더욱 무거워진다.
무릎도 예전의 통증이 다시 느껴진다.



답답하고 아픈데도 아름다움은 어쩔 수 없다.
그 순간에 아픔이 사라진다.


야생화 단지로 사람들로 북적이는 만항재.
차로 오르는 쉬운 길도 있지만 나는 숲이 더 좋다.






함백산 가는 길!
이정표대로 가면 된다.


불안정한 바위길이 오르막의 절정을 이룬다.
가뜩이나 힘든데 마지막 시험이라 여기고 헉헉거리며 오르다.




시원한 바람이 내 몸의 고단함을 씻어주는 듯하다.
옆의 젊은 분들은 차로 쉽게 잠깐만 올라왔다고 자랑이다.
난 힘들어 죽겠는데!
그래도 트렉이 좋다.


바로 앞에 보이는 중함백 능선과 봉우리

쉽게 보인다고 도로로 가지 마시와요!
옆으로 보이는 데크로 가야 중함백으로 갈 수 있어요.

이정표로만 표시된 중함백
여기서부터 정암사로 가는 길은 따로 이정표가 보이지 않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보인다.
수도 없이 많다.
무엇이냐고?
멧돼지 목욕탕.
멧돼지가 보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조여 온다.
이 때는 무릎이 아프지 않았다.
멧돼지 특효약!


중함백에서 약 1km지점
여기 보이는 평상 맞은편에 있는 평상 뒤쪽으로 가야 정암사에 이른다.
여기도 멧돼지가~~~


드디어 멧돼지 우리를 벗어나 자장율사 순례길에 이른다.



적멸보궁 해체 복원불사 회향법회가 있었던 정암사!
하루를 잘 마쳐 감사인사를 드린 적멸궁!
왜 이렇게 힘들었지?
자꾸 내 변명을 늘어놓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한 하루였다.
힘들어도 묵묵히 걷고 싶었는데.....
나중에야 알았다.
몸이 무거운 것은 내 한계라고 인정하는데 문득 지난주의 가벼운 트렉이 떠올랐다.
쉬워도 쉬운 것이 아니었음을 인식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칩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낀 계기이기도 하다.
집에 와서 보니 칩이 꺼져 있는 것을 보자 마음이 아리고 왜 이리 힘들었는지 수긍이 갔다.
내 불찰이다.
어느 길을 가든 초심을 잃지 않고 겸허함으로 임해야 함을 마음에 새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