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Trek 백인옥님/2022년

한라산 (돈내코~윗세오름~어리목)

백인옥 2022. 5. 25. 23:18

일자: 2022.05.21(토)

트렉코스: 돈내코~살채기도~평궤대피소~넓은드르 전방대~남벽분기점~방아오름 전망대~윗세오름~만세동산 전망대~사제비동산~어리목목교~어리목탐방지원센터

거리: 15.8km

 

 쾌청한 날이라 모든 것이 한눈에 보이는 날이다.

트렉 속성 상 탐방로에서 시작해 앞으로 나아가지만 잠시 뒤돌아 보면 서귀포 시내가 시야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맑아서 왠지 즐거운 트렉이 될듯하다.

말해서 될지 모르겠지만 제주도에 올 때마다 세찬 비를 만나거나 음울한 코스를 걸어서 그런지 맑음 그 자체로 내가 바라던 제주도에 온 느낌이다.

 

밀림!

우리는 지금부터 타잔이다!

줄지어 늘어선 특이한 모습의 나무를 보니 정말 밀림이다.

숲은 깊고 울창하면서도 밝은 초록물결이다.

돈내코에서 남벽까지 7km인데 지금은 살채기도를 지나 4.7km 지점 둔비 바위다.

밀림에서 벗어나니 하늘이 보이고 매우 이국적인 아름다움에 취하다.

타잔놀이 끝!

보랏빛의 한라산 앵초가 작은 몸짓으로 인사하고 철쭉길이 나타난다.

 

평궤대피소의 자연을 살린 예전 모습과 새로 지은 현 대피소가 대비된다.

대피소에서 보이는 한라산 남벽이 새삼 반갑다.

"와, 저게 말로만 듣던 남벽이다!"

마치 사진이나 영화 또는 리얼 다큐에서 보는 프로방스 느낌이다.

아름다운 서귀포!

산이 아니라 잘 가꾼 풍성한 정원을 산책하는 느낌이어서 즐겁고 행복한 슬로 트렉을 한다.

아름다운 모습에 스며들어 더욱 느리게 느리게 또 느리게 걷는다.

"아, 충만함이란 이런 거야!"

행복하다.

 

 

이런 길을!

자연이 만들어 준 황홀한 정원을 계속 걷는다.

이 소중한 느낌을 잃고 싶지 않다.

하나하나 더 깊이 느끼고 싶다.

구상나무 열매도 신비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모든 것이 충만하다.

아름다움의 극치!

남벽을 보며 걷는 길은 거대한 산으로 들어가기 전의 평온한 순례자의 길이다.

햇살을 듬뿍 받으며 숲에서 점심을 먹다.

일어나고 싶지 않아 먹으면서 둘러보고, 둘러보다 먹고, 하늘도 보고, 다시 먹고......

'도대체 내가 어디에 온 거야!'

 

 윗세오름으로 가는 길.

구상나무를 가운데 두고 넓게 펼쳐진 조릿대.

여기는 몽골 초원?

한라산에서 프로방스와 몽골을 만난다.

 거인 석상을 보는 듯. 

윗세오름!

해발 1700M의 대피소는 널찍하고 비교적 사람들로 북적인다.

영실과 어리목의 갈림길!

원래는 철쭉동산이었지만 지금은 조릿대가 잠식하고 있다.

내려오는 길은 조릿대만 아니라면 그야말로 '행복로드'!

 

 

 안녕, 까마귀!

오늘은 너도 반갑고 예쁘다.

어리목 입구로 내려오니 무척 아쉽다.

이제껏 트렉을 마치고 그 여운에 차마 바로 떠나지 못한다.

아주 행복하고 아름다운 트렉이다.

햇살도 충만하고, 초록도 아름답고, 내 마음도 푸르고, 하늘도 드넓다.

도전트렉은 행복트렉이다.